[칼럼] 저작권법의 목적규정

이호흥 박사 | 기사입력 2023/05/14 [21:20]

[칼럼] 저작권법의 목적규정

이호흥 박사 | 입력 : 2023/05/14 [21:20]

▲ 출처=freepik

 

우리나라의 법률은 일부 예외를 제외하고 목적규정을 설치하고 있다. 목적규정은 그 법령의 입법 목적을 간결하고 명확하게 요약한 문장을 말한다. 법률에 목적규정을 두는 이유는 그 법률이 달성하려는 입법 목적을 이해하기 쉽게 함과 동시에 그 법률 전체의 해석과 운용의 지침이 되도록 하려는 취지에서다. 간혹 입법에 이르기까지의 동기나 직접적 목적을 넘어 궁극적 목적에 기여한다는 뜻을 규정하는 경우도 있고, 법률의 필요성이나 의의를 강조하는 뜻을 규정하는 경우도 있다.

 

우리나라 저작권법은 다른 대부분의 법률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제1조에서 목적을 규정하고 있다. “이 법은 저작자의 권리와 이에 인접하는 권리를 보호하고 저작물의 공정한 이용을 도모함으로써 문화 및 관련 산업의 향상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라는 것이 우리나라 저작권법의 목적규정 내용이다. 목적규정은 해당 법률의 입법 취지와 목적을 종합하여 간결하고 명확하게 표현하여야 하는바, 저작권법의 경우에도 이에 충실한 것임을 알 수 있다.

 

목적규정의 표현방식은 크게 수단을 나열한 후 목적을 규정하는 방식과 목적을 명시한 후 수단을 규정하는 방식으로 나뉘는바, 저작권법의 경우는 전자에 입각한 것으로 분석된다. 수단으로서 권리자의 권리를 보호함과 동시에 저작물의 공정한 이용도모가 규정되고, 목적으로서 문화 등의 발전이 규정된 것으로 저작권법의 목적규정을 분석할 수 있는 것이다. 요약하면 저작권법의 목적규정은 권리 보호와 이용도모가 수단이고, 문화발전이 목적으로 구성되어 있다.

 

여기에서 수단으로서의 저작자의 권리와 이에 인접하는 권리를 보호한다는 권리 보호는 제1의적 의미를 지닌다. 왜냐하면 저작자 등의 권리 보호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저작물의 공정한 이용도모는 아예 토대부터 의미를 잃기 때문이다. 저작자 등의 권리 보호라는 전제가 성립되어야만 저작물의 공정한 이용도모가 성립될 수 있음은 당연하다. 그 때문에 저작권법의 목적규정에서 저작자 등의 권리 보호는 제1의적 의미를 지니는 것이다.

 

저작자 등의 권리 보호는 배타적 지배권의 하나인 저작권을 저작물을 창작한 저작자 등에게 부여함으로써 그들의 인격적 이익과 경제적 이익을 보호하는 형태를 띤다. 이른바, “권리부여” 형태로 만들어진 저작권은 보다 분명하고 안정적인 규율을 가능하게 한다. 이는 자연권 이론(노동이론)이나 유인이론(정책이론)의 어느 것에 입각하더라도 그 지향하는 바를 충족시킬 수 있는 틀이다.

 

또 하나의 수단인 저작물 등의 공정한 이용도모는 저작권의 한계 내지 제한의 형태로 구현되어 있다. 무한정한 저작권의 보호는 도리어 문화발전에 저해된다고 보기 때문에 이렇듯 한계 내지 제한제도가 설치되어 있는 것이다. 이 제도의 설치취지는 일반적으로 저작물의 창작이 선인의 문화유산에 기초한다는 사실인 의존성(依存性)을 고려하고, 문화발전의 측면에서 저작물 등이 공중에게 널리 향유되어야 한다는 공공성에 바탕을 두었다고 설명된다.

 

이렇듯 저작권법의 목적규정에서 권리 보호와 이용도모는 수단으로서의 의미를 갖고 있는바, 이의 적절한 균형을 통하여 최종적 목적인 문화발전을 달성하고자 하는 것이 저작권법의 목적이다. 따라서 저작권법의 목적은 저작자 등의 권리보호라는 사익 보호와 저작물 등의 공정한 이용이라는 공익 보호라는 이익형량(利益衡量)을 통하여 최종적으로 문화발전에 기여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사실 문화발전이 저작권법의 궁극적 목적이나, 이는 권리 보호와 이용도모를 통하여 달성하고자 하는 하나의 사실상태의 제시에 불과하다. 그렇기에 흔히 권리 보호와 이용도모가 저작권 제도를 끌고 나가는 양쪽의 수레바퀴라고까지 표현된다. 그러나 저작권법이 저작자 등을 보호함과 동시에 저작물 등의 공정한 이용의 균형을 통하여 문화발전을 달성하고자 하는 것은 저작권법이 안고 있는 최대 난제의 하나다. 오늘날 저작물의 창작과 이용이 다양화·대량화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더욱 이에 대한 균형 있는 적극적 대처가 요구되고 있다.

 

*[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음

 

▲이호흥 박사/(사)한국저작권법학회 명예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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