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남 것 탐내는 '분자’로 몸속 물과 단백질 관계 본다

UNIST 권오훈 교수팀, 생체 속 물의 수소결합 에너지 측정 방법 제시

특허뉴스 이성용 기자 | 기사입력 2020/04/28 [12:16]

[사이언스] 남 것 탐내는 '분자’로 몸속 물과 단백질 관계 본다

UNIST 권오훈 교수팀, 생체 속 물의 수소결합 에너지 측정 방법 제시

특허뉴스 이성용 기자 | 입력 : 2020/04/28 [12:16]

인체 단백질 기능 분석 가능앙게반테 케미 주목받는 논문선정

 

생명체 대부분을 구성하는 물은 몸속 단백질의 구조와 기능에 영향을 준다. 생체 기능을 담당하는 효소나 호르몬 같은 물질도 단백질이므로 몸속 물의 특성을 알면 질병 원인 파악이나 신약 개발에 큰 도움이 된다. 최근 이런 일을 가능케 할 기술이 발표됐다.

 

UNIST 자연과학부의 권오훈 교수팀은 레이저 빛을 받으면 주변 물에서 수소 이온(H, 양성자)을 뺏는 분자를 이용해 생체 속 물(Biological water)이 가진 수소 결합 에너지를 분석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단백질 주변에 있는 물의 수소 결합 에너지를 측정할 수 있으므로, 그 구조와 기능 변화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도 파악할 수 있다. 이번 연구는 UNIST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의 곽상규 교수팀과 아주대 응용생명화학공학과의 유태현 교수팀이 함께 진행했다.

 

▲ 탐침 분자를 이용한 생체 단백질 특정 부분에서 물의 수소결합 에너지 측정 모식도  © 특허뉴스


수소 결합(Hydrogen bond)은 수소와 결합한 분자 주변에 나타나는 전기적 끌어당김이 만든 화학결합이다. 물 분자끼리의 연결이나 생체고분자의 구조를 결정하는 데에 이 결합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수소 결합은 분자 사이에 작용하는 힘이므로 물에 둘러싸인 생체고분자의 구조에도 영향을 줘 기능을 바꾸게 된다. 따라서 생체고분자의 구조와 기능을 이해하려면 특정 위치에서 물의 수소결합 에너지를 아는 게 중요하다. 하지만 생체고분자는 수많은 물 분자 속에 둘러싸여 원하는 위치에서 영향을 주는 물 분자들의 수소 결합 에너지를 측정하기 어렵다.

 

▲ 시분해 형광 수명 측정 결과  © 특허뉴스

 

생체 속 물 분자의 수소 결합 에너지를 파악하기 위해 공동연구팀은 빛을 받아 들뜬 상태(Excited state)가 되면 주변 물 분자의 수소 이온(H)를 탐내는 분자(7-아자트립토판)’를 활용했다. 이 분자가 물 분자의 수소 이온을 빼앗을 때 주변 물의 수소 결합이 끊어졌다가 재배치되는데, 그 반응 속도를 보고 물 분자의 수소 결합 에너지를 추론한 것이다.

 

7-아자트립토판이라는 물질은 들뜬 상태에서 이웃한 물 분자에서 수소 이온을 뺏고, 자신의 수소 이온을 다시 물 분자에게 준다. 이 과정에서 물 분자간 수소 결합은 끊어졌다가 재배치된다. 물 분자간 수소 결합 세기가 클수록 결합을 끊는데 오랜 시간이 걸려 반응 속도가 느리다.

 

연구팀은 7-아자트립토판을 이용한 인공단백질을 합성해 이 내용을 검증했다. 우선 7-아자트립토판이 들뜬 상태에서 방출하는 빛을 피코초(Picosecond, 10억 분의 1) 단위로 측정하는 분광법을 이용해 반응 속도를 구했다. 그 결과 단백질 주변에서 물의 수소결합 에너지는 단백질이 없는 상태보다 낮게 나타났다. 단백질 주변의 물은 수소결합 에너지가 작아서 더 쉽게 끊어지는 것이다. 이는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계산한 결과와도 일치했다.

 

1저자인 박원우 UNIST 화학과 박사과정 연구원은 “‘7-아자트립토판을 들뜨게 만드는 레이저수소 이온 교체 전 반응물과 교체 후 생기는 생성물이 내뿜는 빛을 감지하는 탐침 시스템이 하나로 결합된 여기-탐침 방식을 이용해 반응이 일어나는 찰나를 포착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권오훈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생체 속 특정 영역에서 물의 수소결합 에너지를 도출하는 실험적 방법론을 제시했다생체고분자인 단백질의 구조나 접힘을 파악하고, 단백질-리간드(ligand) 결합과 같은 수많은 생물학적 현상에서 생체 속 물의 역할을 추적하는 데에 활용할 수 있어 신약 개발 등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번 연구는 화학 분야 최상위 저널인 앙게반테 케미(Angewandte Chemie International Edition)’에 주목 받는 논문(Hot Paper)이자 표지 논문(Back Cover)으로 동시에 선정돼, 427자로 출판됐다

 

▲ 권오훈 교수(좌단)와 곽상규 교수(우단) 연구팀. 권오훈 교수 옆은 제1저자인 박원우 연구원  © 특허뉴스

 

▲ 앙케반테 케미 표지논문 선정  © 특허뉴스




이 기사 좋아요
  • 도배방지 이미지

분자,물,단백질,UNIST,수소결합에너지,효소,호르몬,수소이온,양성자,아자트립토판,단백질, 관련기사목록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