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특허 라이선스 계약에서 부쟁조항(不爭條項)의 효력

윤성승 교수 | 기사입력 2022/06/29 [11:01]

[칼럼] 특허 라이선스 계약에서 부쟁조항(不爭條項)의 효력

윤성승 교수 | 입력 : 2022/06/29 [11:01]

 

국제적인 특허 라이선스 계약에서 사용되는 부쟁조항(no-challenge clauses)이란 특허 사용허락을 받은 특허 이용자가 특허 제공자를 상대로 특허의 무효 또는 지식재산침해 등을 이유로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 특허 라이선스 계약을 해지하거나 로열티 조정 등 특허 이용자에 대한 불이익을 규정한 조항을 말한다. 이는 특허 이용자에게 매우 불리한 조항으로 보이지만, 계약 당사자의 신뢰관계를 고려하여 국제적인 특허 라이선스 계약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부쟁조항의 논리적 근거는 기술제공자가 자신이 제공한 기술의 유효성에 대하여 기술이용자로부터 소를 제기당하는 경우에는 당사자간의 신뢰가 상실되는 것이므로, 그 청구의 당부를 떠나서 계약관계의 종료가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다. 부쟁조항이 있는 경우 기술이용자는 라이선스 계약기간 중 당사자간의 계약관계 종료 등 불이익을 원하지 않는 한, 특허의 무효 등을 이유로 기술제공자를 상대로 소를 제기하는 것이 억지되는 효과가 있다.

 

미국은 과거 극단적인 형태의 부쟁조항으로서 라이선스 계약기간 중 기술이용자가 특허의 유효성에 대하여 다투는 것을 일체 금지하는 내용으로 부쟁조항이 사용되어 왔으나, 2007년 연방대법원의 MedImmune 판결에서(MedImmune LLC v. Genentec Inc., 549 U.S. 118 (2007)) 이러한 형태의 부쟁조항의 효력은 부인되었다. 그 후 현재 국제계약에서 사용되는 부쟁조항은 기존의 특허 라이선스계약에서 사용되는 부쟁조항의 형태를 변경하여 특허 이용자가 특허의 유효성을 다투는 것은 허용하지만, 그러한 경우 특허 이용자에게 라이선스 계약의 해지, 로열티의 상향조정, 위약금, 소송비용의 지급 등의 불이익을 부과하는 부쟁조항이 널리 사용되고 있고 그 유효성이 인정되고 있다. 또한 부쟁의무를 특허 이용자에게만 일방적으로 부과하지 않고 양당사자가 모두 부쟁의무를 지는 상호적인 형태로 하여, 라이선스 계약당사자 일방이 상대방을 상대로 지식재산 침해소송을 제기하였으나 승소하지 못한 경우, 그 상대방은 일정기간 내에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것도 사용된다.

 

국제적인 특허 라이선스 계약에서 협상력이 약한 이용자의 입장에서는 부쟁조항을 전부 배제하기는 어렵지만, 가능한 한 부쟁의무를 상호적으로 규정하는 형태로 협상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므로, 기술이용자는 계약의 협상 과정에서 상호적인 부쟁조항을 선택하는 전략을 구사할 필요가 있다.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부쟁조항의 효력 여부가 불분명하다. 일반적으로 특허 라이선스 계약에서 특허실시권자에게도 특허무효 심판청구 적격을 인정한 전원합의체 판결이 있을 뿐이다(대법원 2019. 2. 21. 선고 20172819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판결은 특허 라이선스 계약에 의해서 로열티를 지급하고 있는 특허 이용자도 특허 제공자를 상대로 특허의 무효를 청구할 수 있다는 취지이다. 특허실시권자라는 이유만으로 무효심판 청구의 이해관계인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한 기존의 판결들을 변경한 것일 뿐, 부쟁조항의 유효성 여부에 대해서는 판단을 하지 않았다.

 

해석론으로는 무효임이 명백한 특허에 대하여 특허실시권자에게 부쟁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무효이지만, 합리적인 범위에서 부쟁조항을 규정하는 것은 유효라고 보는 것이 우리나라의 다수설의 입장이다. 공정거래위원회 예규인 지식재산권의 부당한 행사에 대한 심사지침’(공정거래위원회예규 제389, 2021. 12. 30., 일부개정)에서는 실시허락시 조건으로서 부쟁의무의 부과와 관련하여 무효인 특허의 존속 등을 위하여 부당하게 실시권자가 관련 특허의 효력을 다투는 것을 금지하는 행위는 실시권의 범위를 부당하게 제한하는 행위로서 특허권의 정당한 권리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판단될 수 있다. 이러한 지침에도 불구하고 국제적으로 사용되는 부쟁조항의 다양한 형태 중 어떠한 것이 부당하게 제한하는 행위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예시는 예규에서 규정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공정거래위원회 지침에도 불구하고 부쟁조항의 효력에 대해서는 여전히 불분명하므로 주의할 필요가 있다.

 

*[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음.

 

▲ 필자: 윤성승(아주대학교 교수, 공학대학원 지식재산공학과 학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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