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저작권의 보호범위 : 아이디어·표현 2분법

이호흥 박사 | 기사입력 2022/12/14 [17:12]

[칼럼] 저작권의 보호범위 : 아이디어·표현 2분법

이호흥 박사 | 입력 : 2022/12/14 [17:12]

▲ 이호흥 박사/(사)한국저작권법학회 명예회장

저작권은 보호 범위를 갖고 있다. 저작권의 보호 범위란 저작물에 대하여 저작권이 미치는 범위를 말한다. 저작권 대상은 저작물인바, 저작권법이 규정하고 있는 저작물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이다. 이는 인간의 사상이나 감정이라는 추상적 아이디어를 창작적으로 구체화시킨 표현이라고 규정지을 수 있다. 결국 저작물은 내심의 아이디어와 표현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여기에서 아이디어 영역이 아닌 표현 영역만이 저작권 보호 범위에 속하는 것이다.

 

이의 구별을 영미법에서는 아이디어·표현 2분법(idea-expression of dichotomy, Idea-expression divide)이라고 부르는바, 이는 비교적 오랫동안 구축되어 온 법률상의 원리원칙(법리)이다. 아이디어·표현 2분법의 개념은 19세기에 성립되었다. 과거 일부 법원에서 지지를 받았던 이마의 땀 이론”(sweat of the brow)은 아이디어·표현 2분법과 상반되는 개념이었던바, 이를 물리치고 동 법리가 자리를 잡아 온 것이다.

 

아이디어·표현 2분법은 이제 저작권 관련 국제조약에도 규정되는 등 국제적으로 승인된 확고한 법리다. 비록 보편적·기계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의 확립이 어렵기는 하나, 동 법리는 일정의 추상적 기준을 제시한다. 보호되는 대상의 범위를 정하는 이 법리에 따라 사상, 개념이나 사실의 발견 등을 포함하는 아이디어 그 자체는 보호 대상 외로 한 다음, 그 아이디어가 창작적으로 표현된 것인 저작물만을 저작권법에서 보호한다는 것이 그것이다.

 

특정 미술의 화풍이나 서예의 서체, 음악의 전개방식이나 문학적 구상 등은 모두 아이디어 영역에 속하는 것으로 그 자체는 저작권 보호 대상이 아니다. 국제적으로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세계 대다수 국가가 가입하고 있는 세계무역기구 무역관련지적재산권관련협정(WTO/ Agreement on TRIPS) 9조 제2항은 저작권 보호는 표현에는 적용되나, 사상, 절차, 운용방법 또는 수학적인 개념 그 자체에는 적용되지 아니한다.”라고 하여 이를 구체적으로 규정하고도 있다.

 

▲ 출처=freepik


아이디어·표현 2분법이 적용되는 근저에는 아이디어 자유의 원칙이라고 불리는 정책적 의도가 있다. 아이디어와 같은 추상적인 것에까지 특정인에게 저작권이라는 독점적 권리를 부여한다면 제3자의 창작활동은 저해될 수밖에 없다. 아이디어는 무수한 구체적 표현을 창출하는 원천이기 때문이다. 아이디어를 만인이 이용가능한 상태에 놓는 것은 사인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제약을 하지 않으면서 다양한 표현의 창출을 통하여 사회 전체의 활성화, 문화발전을 촉진시킨다.

 

또한 아이디어·표현 2분법은 아이디어를 보호하지 않음으로써 표현의 자유나 학문의 자유를 보장한다는 측면이 있다는 유력한 주장도 있다. 저작권 부여와 표현의 자유 사이를 조정하는 원리로서 아이디어·표현 2분법의 의의를 파악하는 것이 이 견해의 요지다. 이에 대하여는 반론도 있다. 아이디어·표현 2분법은 오히려 저작권 대상으로 되는지 아닌지 여부를 판단하는 수단으로 발전되어 왔다는 것에 착안한 주장이 그것이다.

 

물론, 아이디어·표현 2분법의 적용에는 자체의 한계도 있다. 첫째, 표현 가운데에는 아이디어와 표현이 일체화되어 있는 경우인 소위 합체의 원칙”(merger doctrine)있는바, 아이디어·표현 2분법으로는 이에 대응할 수 없다. 둘째, 저작물에서 기본적인 아이디어에 대하여 필연적으로 따르는 표현 부분 즉, 반드시 삽입되어야 할 장면인 필수장면인 경우인 소위 필수장면의 원칙”(Scènes à Faire Doctrine)도 있다. 이 경우에도 아이디어·표현 2분법은 무력하다.

 

이렇듯 저작권법은 아이디어·표현 2분법으로 대표될 수 있는 보호 범위 제도를 갖고 있다. 동 법리는 여러 이유에 의하여 지지받고 있으면서도 일정의 한계를 지니고 있으나, 여기에서 우리는 새로운 창작의 토대를 찾을 수 있다. 저작권 보호 범위 외의 것은 누구라도 이용할 수 있다는, 저작물을 무한하게 창작할 수 있는 원천이라는 점이 그것이다. 만인의 공유상태에 있는 아이디어를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은 저작물의 확대재창출에 무엇보다 중요한 기반이라 아니할 수 없다.

 

*[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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