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진규 변리사의 특허 칼럼⑦] 이건희 회장의 업(業)의 본질을 다시 생각한다

장진규 변리사 | 기사입력 2022/08/12 [13:23]

[장진규 변리사의 특허 칼럼⑦] 이건희 회장의 업(業)의 본질을 다시 생각한다

장진규 변리사 | 입력 : 2022/08/12 [13:23]

▲ 출처_한경매거진한경비즈니스 제1300호  © 특허뉴스

 

필자는 현역 변리사 중에서 꽤 다양한 조직에서 일해 본 기회를 가졌고, 그 중에는 삼성그룹의 계열사도 빼놓을 수 없다. 삼성에 경력직으로 입사할 때 연수원 교육과정에서 예상대로 고 이건희 삼성 회장이 계열사 대표들에게 철저히 요구했던 ‘업(業)의 본질’에 대한 내용도 당연히 포함되었다. 

 

지금은 꽤나 알려진 이야기지만, 호텔업의 본질이 서비스업이라고 했던 임원이 부동산업과 장치산업에 가깝다고 다시 보고한 그 일화이다. 어쩌면 케케묵은 이야기라고 치부할 수도 있는 업의 본질에 관한 이야기를 다시 꺼내는 이유는, 우리가 이야기는 알고 있지만 과연 실제로 특히 특허분야에서 제대로 실천해왔는지 재고해 볼 합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필자가 삼성그룹 연수원에서의 생활을 마치고 갓 특허부서가 신설된 계열사에 합류한 이후의 일이다. 특허부서가 초기 상태인데다 법무팀에서 특허업무를 담당했던 직원부터, 기술부서와 영업부서에서 배치된 직원들, 그리고 필자를 포함하여 회사 외부에서 이직한 특허업무 경력자들까지 다양한 인력이 모인 관계로 업무의 체계를 잡아가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각기 다른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모이다 보니, 각자의 시각으로 특허를 포함한 지식재산에 관련된 업무를 처리하려고 하는 바람에 의견차의 발생이 필연적이었다. 그 중 지금까지도 기억에 남는 것은, 엔지니어 출신 부서장이 출원업무는 일상적으로 수행하는 당연한 업무라며 중요하게 여기지 않은 반면 부서의 존재감을 드러낼 만한 다른 이벤트를 찾길 원했던 점이다.

 

연구개발 담당자와 밀착하여 협업을 통해 연구개발의 결과물을 우수한 특허로 발굴하는 업무는 루틴하지만 특허부서의 핵심적인 업무이다. 출원업무와 부대하여 신사업에 진출하거나 새로운 연구개발 과제에 관련된 선행특허를 조사하면서 경쟁자의 동향을 파악하는 것도 업종이나 조직의 상황에 따라 핵심업무에 포함될 수 있다. 

 

그러나 특별한 보고용 이슈를 만들어내거나 보유특허 체계도를 3D 형태로 멋들어지게 프로그래밍하는 것이 강력한 특허를 발굴하여 출원하는 것보다 부서업무의 본질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부서원들에게 “이번 주에 어떤 사업부에서 어떤 특허 발굴했고 어떤 출원전략을 구사할 것인지”를 질문할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민간기업 뿐 아니라 업의 본질에 대한 치열한 탐구는 공공부문에서도 음미해볼 가치가 있다고 본다. 종래 특허청의 심사관들과 이야기하다보면 심사 자체에 몰입할 수 있는 업무환경을 바라는 목소리를 종종 들을 수 있었다. 대한민국 특허청이 세계5대 특허청으로 위상이 높아진만큼 예전보다 다양한 부대사업들을 펼치고 있는 상황이지만, 특허청의 존재기반은 역시 신뢰할 수 있는 심사결과를 바탕으로 하는 특허행정임을 부인할 수 없다. 

 

특허청 심사의 품질이 높아져 신뢰가 형성되어 사법부를 비롯하여 여러 곳에서 특허의 가치가 높아질 때, 특허청이 담당하는 다양한 보조사업과 부대업무들이 효과를 가질 수 있음은 자명한 일이다. 마침 28대 이인실 특허청장이 취임사를 통해 심사 외의 부가업무를 줄이고 심사와 심판에 집중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힌 점은 고무적이다. 부디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해 특허청의 업의 본질인 심사와 심판의 전문성이 제고되고, 민간에서도 특허업무 담당자도 우수한 특허발굴에 노력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길 바란다.

 

 *[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음.

 

▲ 장진규 변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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