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이 변하면 위험 신호"... KAIST, 당뇨발 절단 막는 ‘스마트 드레싱 패치’로 무채혈 진단 시대 연다

상처가 보내는 구조 신호를 실시간 감지
포도당·pH·온도 동시 분석, 스마트폰 NFC만으로 작동하는 차세대 비침습 당뇨 관리 플랫폼 구현

염현철 기자 | 기사입력 2026/05/14 [17:29]

"색이 변하면 위험 신호"... KAIST, 당뇨발 절단 막는 ‘스마트 드레싱 패치’로 무채혈 진단 시대 연다

상처가 보내는 구조 신호를 실시간 감지
포도당·pH·온도 동시 분석, 스마트폰 NFC만으로 작동하는 차세대 비침습 당뇨 관리 플랫폼 구현

염현철 기자 | 입력 : 2026/05/14 [17:29]

▲ 당뇨족 및 당뇨성 질환 진단을 위한 다중모달 비색 드레싱 및 광전자 센서의 개념도(그림 및 설명=KAIST)  © 특허뉴스

 

당뇨병 환자에게 ‘당뇨발’은 단순한 상처가 아니다. 작은 궤양 하나가 치료 시기를 놓치면 조직 괴사와 절단으로 이어질 수 있는 치명적 합병증이 된다. 문제는 상처 악화가 빠르게 진행되더라도 환자나 보호자가 이를 실시간으로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는 데 있었다. 이러한 한계를 넘어, 국내 연구진이 상처 상태를 스스로 감지하고 즉각 알려주는 ‘스마트 드레싱 패치’를 개발하며 당뇨 합병증 관리의 패러다임 전환 가능성을 제시했다.

 

KAIST 기계공학과 박인규 석좌교수 연구팀은 국립한밭대학교, 한국기계연구원, 미국 캘리포니아공과대학교(Caltech)와의 국제 공동연구를 통해 당뇨성 궤양 상태를 실시간 분석할 수 있는 ‘무선·무전원 기반 광전자 다중모달 센서 패치’를 개발했다. 이번 기술은 단순한 상처 보호용 드레싱을 넘어, 상처 부위의 생체 신호를 지속적으로 읽고 위험 징후를 조기에 경고하는 ‘진단형 치료 플랫폼’에 가깝다.

 

핵심은 ‘보이는 신호’와 ‘측정 가능한 데이터’를 동시에 제공한다는 점이다. 연구진은 전기방사 공법을 활용해 머리카락보다 훨씬 가는 기능성 나노섬유 드레싱을 제작했고, 이 드레싱은 상처 부위의 포도당 농도 상승, 산성도(pH) 변화에 반응해 색이 변하도록 설계됐다. 즉, 상처 상태가 악화되면 드레싱 자체가 육안으로 위험 신호를 보내는 구조다. 환자 스스로도 이상 징후를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어 조기 대응 가능성이 크게 높아진다.

 

여기에 광전자 센서 기술이 결합되며 정확도는 한층 강화됐다. 패치 내부의 LED와 포토다이오드가 색 변화에 따른 반사율을 측정하고 이를 전기 신호로 변환해, 단순 시각적 판단보다 훨씬 정밀한 분석을 수행한다. 기존 카메라 촬영 방식이 주변 조명에 따라 정확도가 흔들릴 수 있었다면, 이번 기술은 외부 환경 영향을 최소화해 의료적 신뢰도를 높였다.

 

특히 이 기술의 가장 큰 혁신은 ‘배터리 없는 실시간 진단’이다. 연구팀은 NFC(근거리무선통신) 기반 유연 전자회로를 적용해 별도의 배터리 없이 스마트폰을 가까이 대는 것만으로 전력을 공급받고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도록 했다. 환자나 의료진은 추가 장비 없이 스마트폰 앱만으로 상처 부위의 포도당, 산성도, 온도 정보를 즉시 확인할 수 있다. 이는 반복 채혈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만성 상처 관리의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요소다.

 

이번 연구는 단순히 당뇨발 관리 기술을 넘어 ‘비침습 생체 모니터링’의 확장 가능성에서도 주목된다. 당뇨 환자는 물론, 만성 상처 환자, 고령자, 재택 의료 대상자까지 적용 범위를 넓힐 수 있기 때문이다. 반복적 채혈 없이도 생체 변화를 장기간 추적할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당뇨 관리가 ‘혈당 수치 측정’ 중심에서 ‘합병증 예측·예방’ 중심으로 진화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산업적 파급력도 크다. 글로벌 헬스케어 시장에서 웨어러블 의료기기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대부분 혈당 측정이나 단일 생체신호 추적에 집중돼 있었다. 반면 이번 기술은 상처라는 복합적 생리 환경을 다중모달 방식으로 해석한다는 점에서 차별성이 있다. 이는 향후 스마트 밴드, 원격진료, 디지털 치료제와 결합될 경우 차세대 의료 플랫폼으로 발전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박인규 석좌교수는 “매일 손가락을 찔러야 하는 당뇨 환자의 고통을 줄이기 위한 연구가 합병증 선제 진단 기술로 확장됐다”며 “향후 당뇨뿐 아니라 다양한 만성질환의 무채혈 진단 플랫폼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KAIST 조석주 박사와 국립한밭대학교 하지환 교수가 공동 제1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 성과는 재료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Advanced Functional Materials 3월 26일자에 게재됐으며, 표지 논문으로도 선정됐다. 이는 기술의 학문적 완성도뿐 아니라 실제 의료 응용 가능성까지 국제적으로 주목받았다는 의미다.

 

결국 이번 스마트 드레싱 패치는 ‘상처를 덮는 보호재’에서 ‘상처를 읽는 진단기기’로 드레싱의 개념을 바꾸고 있다. 당뇨 관리의 미래는 더 자주 피를 뽑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몸이 보내는 위험 신호를 더 빠르고 정확하게 읽어내는 데 있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논문명은 Wireless, Battery-Free, Optoelectronic, Multi-Modal Sensor Integrated With Colorimetric Dressing for Diabetic Ulcer Management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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