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퉁보다 교묘하다"... 지재위, K-브랜드 갉아먹는 ‘미투제품’ 정조준브랜드는 다르지만 전략은 베낀다... 국가지식재산위원회, 산학연 총집결해 실태 진단·제도 해법 본격 착수
K-푸드와 K-뷰티가 글로벌 시장에서 사상 최대 성장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한국 브랜드의 성공을 정면으로 위협하는 새로운 형태의 시장 침해가 급부상하고 있다. 상표를 그대로 도용하는 전통적 위조상품, 이른바 ‘짝퉁’을 넘어, 법적 회색지대를 활용해 선도 제품의 콘셉트와 형태, 시장 인지도를 교묘히 모방하는 ‘미투(Me-too)제품’이 산업 전반의 구조적 리스크로 떠오르고 있다.
대통령 소속 국가지식재산위원회(지재위)는 5월 13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미투제품 실태 파악 및 대응방안 논의를 위한 전문가 간담회’를 개최하고, K-브랜드 성장의 이면에서 확산되는 미투제품 문제를 국가 지식재산 현안으로 공식화했다. 이번 간담회는 단순한 피해 사례 공유를 넘어, 산업계·법조계·학계가 함께 제도적 공백과 시장 왜곡 구조를 진단하고 실효성 있는 대응 체계를 설계하기 위한 첫 공식 행보다.
미투제품은 브랜드명 자체를 복제하는 위조상품과 달리, 자사 브랜드를 사용하면서도 선도 제품의 디자인, 포장, 콘셉트, 상품 구조, 마케팅 포지셔닝 등을 유사하게 설계해 소비자의 인지 편승 효과를 노리는 방식이다. 법적으로는 상표권 침해를 교묘히 회피할 수 있지만, 시장에서는 사실상 원조 브랜드의 혁신 성과를 빠르게 잠식하는 구조를 만든다는 점에서 더욱 복합적인 문제로 평가된다.
실제 한국 상품의 글로벌 위상이 높아질수록 이러한 미투제품 문제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 2025년 기준 K-푸드 수출은 136억 달러, K-뷰티 수출은 114억 달러를 기록하며 역대 최고 수준을 경신했지만, 동시에 시장에서는 히트 상품의 수명이 급격히 단축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편의점 히트 상품 평균 수명은 22개월에서 4개월 수준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혁신 제품이 시장 안착 전에 유사 상품 난립으로 가격 경쟁에 소모될 가능성이 커졌음을 의미한다.
문제의 본질은 단순한 매출 잠식에 그치지 않는다. 기업이 연구개발과 브랜딩, 제품 기획에 투자해 만든 시장 혁신의 성과가 빠르게 모방되면, 원조 기업은 투자 회수 기간이 짧아지고 신제품 개발 유인이 약화된다. 결국 산업 구조 전체가 장기 혁신보다 단기 모방 경쟁 중심으로 왜곡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번 간담회에서는 현장, 법률, 제도 세 축에서 문제를 입체적으로 점검했다. 한국경제신문 장서우 기자는 식품·패션·뷰티 업계 취재 사례를 통해 미투제품 확산의 실태를 공유하고, 산업 현장의 체감 피해를 조명한다. 특허법인 광장의 이보격 변리사는 최근 판례 동향과 함께 기업이 초기 단계에서 확보해야 할 권리·증거 전략, 침해 대응 구조를 제시한다.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나종갑 교수는 상표법·부정경쟁방지법 등 현행 제도의 한계를 분석하며 상품 형태 모방에 대한 법적 공백과 제도 개선 방향을 짚는다.
특히 이번 논의가 주목받는 이유는 지재위가 이를 ‘지식재산 주요 현안 신속·통합 대응체계’의 출발점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기존에는 미투제품과 같은 문제를 개별 부처가 분절적으로 다루는 데 그쳤다면, 앞으로는 ▲현장 밀착형 전문가 간담회 ▲지재위 이슈리포트 발간 ▲범정부 정책 의제화로 이어지는 3단계 구조를 통해 보다 빠르고 체계적인 대응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미투제품 문제를 단순한 민사 분쟁이 아니라, 국가 브랜드 경쟁력과 산업 혁신 보호 차원의 정책 이슈로 격상시키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K-브랜드가 세계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할수록, 보호 대상 역시 상표권 중심에서 제품 구조·시장 포지셔닝·브랜드 가치 전반으로 확장돼야 한다는 인식이 반영된 셈이다.
이춘무 지식재산전략기획단장은 “한국 상품의 글로벌 위상이 높아질수록 미투제품 피해 역시 커지고 있다”며 “이번 논의 결과를 객관적 진단과 정책 방향으로 신속히 공론화하고, 필요 시 범정부 종합대책으로 연계하겠다”고 밝혔다.
결국 미투제품 문제는 ‘법적으로 똑같지 않다’는 수준에서 끝날 사안이 아니다. 혁신의 결과를 누가 먼저 만들었는가보다, 그 혁신이 얼마나 구조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가가 국가 산업 경쟁력의 핵심이 되고 있다.
K-브랜드 시대의 진짜 과제는 성공하는 것만이 아니다. 성공 이후, 그 혁신을 얼마나 오래 지켜낼 수 있느냐가 다음 경쟁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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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제품, 국가지식재산위원회, K브랜드, 부정경쟁방지법, 지식재산권, K푸드 관련기사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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