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만들었어도, 특허는 사람 몫"... 지식재산처, ‘AI 발명 출원 기준’ 직접 설계 나선다

지재처-KINPA 현장 간담회... 발명자 판단 원칙·출원 기준 정비로 AI 시대 특허 질서 선제 구축

선우정 기자 | 기사입력 2026/05/13 [16:24]

"AI가 만들었어도, 특허는 사람 몫"... 지식재산처, ‘AI 발명 출원 기준’ 직접 설계 나선다

지재처-KINPA 현장 간담회... 발명자 판단 원칙·출원 기준 정비로 AI 시대 특허 질서 선제 구축

선우정 기자 | 입력 : 2026/05/13 [16:24]

▲ 출처=생성형 AI 이미지  © 특허뉴스

 

인공지능(AI)이 산업 전반의 혁신 속도를 끌어올리는 가운데, 특허 제도의 핵심 질문도 더욱 선명해지고 있다.

 

“AI가 만든 결과물은 누구의 발명인가.”

 

지식재산처가 이 질문에 대한 제도적 기준 마련에 본격 착수했다. 지식재산처는 5월 13일 한국지식재산협회(KINPA)를 방문해 국내 주요 기업 지식재산 전문가들과 ‘현장소통 간담회’를 개최하고, AI 시대에 맞는 특허출원 가이드라인 정비 방향을 공유했다. 단순한 의견 수렴을 넘어, AI 활용이 급증하는 산업 환경 속에서 특허 제도의 기준선을 새롭게 설정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이번 간담회의 핵심은 지식재산처가 준비 중인 'AI를 활용한 발명에 대한 출원 가이드라인'이다. 가장 중요한 원칙은 명확하다. 현행 특허법상 발명자는 ‘사람’이어야 하며, AI 자체는 발명자가 될 수 없다는 점이다.

 

이는 최근 생성형 AI와 자동화 설계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나타난 법적·산업적 혼란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조치다. AI가 아이디어 도출, 설계 최적화, 실험 데이터 분석까지 수행하는 시대가 도래했지만, 특허권의 주체는 여전히 인간의 실질적 창의와 판단에 기반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식재산처는 가이드라인에서 단순히 “AI를 사용했다”는 사실만으로 특허성이 부정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핵심은 사람이 발명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다.

즉 ▲기술적 문제를 설정하고 ▲AI 결과물을 선택·해석하며 ▲기술적 의미를 검증하는 과정에서 인간이 구체적이고 실질적으로 기여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이는 AI를 계산기나 설계 보조도구처럼 활용하되, 최종 발명의 본질적 창작 주체는 인간이어야 한다는 의미다. 다시 말해 AI는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지만, 법적 발명자 지위까지 대체할 수는 없다는 선을 그은 셈이다.

 

산업계 입장에서는 이 기준이 매우 중요하다. AI 활용 범위가 넓어질수록 특허 출원 과정에서 ‘발명자 인정 리스크’가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반도체, 바이오, 소재, 소프트웨어 분야처럼 AI 기반 연구개발이 빠르게 확산되는 영역에서는 출원 전략 자체가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예를 들어 AI가 도출한 수천 개 설계안 중 어떤 구조를 선택했고, 왜 그것이 기술적 의미를 가지는지에 대한 인간의 판단 기록이 향후 권리 안정성의 핵심이 될 수 있다.

 

결국 특허 전략도 ‘결과물 중심’에서 ‘창작 과정 입증’ 중심으로 진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AI 활용 사실 자체보다, 인간의 문제 정의·선택·검증 과정이 얼마나 명확히 문서화되었는지가 중요해지는 것이다.

 

지식재산처는 이번 현장 논의를 바탕으로 가이드라인을 보완해 올해 상반기 내 배포할 계획이다. 또한 미국·일본 등 주요국과도 관련 제도 조화를 논의하며 국제적 기준 정립에도 대응할 방침이다. 이는 AI 특허 규범이 국내 문제를 넘어 글로벌 통상·기술 경쟁력과 직결된다는 판단으로 읽힌다.

 

이번 간담회에서는 AI 출원 가이드 외에도 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초고속심사 제도, 정정심판 제도 개선안 등도 함께 논의된다. 이는 단순히 ‘AI 특허 가능 여부’만이 아니라, 급변하는 기술 환경 속에서 기업이 더 빠르고 안정적으로 권리를 확보할 수 있도록 제도 전반을 재설계하려는 흐름이다.

 

양재석 특허심사기획국장은 “AI는 단순한 도구를 넘어 산업 패러다임을 바꾸는 핵심 동력”이라며 “현장 전문가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 AI 시대에 맞는 올바른 특허출원 가이드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AI 시대의 특허 경쟁은 이제 단순히 ‘누가 먼저 만들었는가’의 문제가 아니다.

누가 기술적 문제를 정의했고, 결과를 선택했으며, 창의적 책임을 졌는가가 더 중요해지고 있다.

 

결국 지식재산처의 이번 가이드라인은 기술 발전을 규제하기 위한 장치라기보다, AI와 인간의 역할 경계를 명확히 하여 미래 산업 질서를 설계하려는 첫 기준선에 가깝다.

 

특허의 시대가 ‘발명’에서 ‘설계된 발명’으로 진화하는 지금, AI 시대의 진짜 경쟁력은 기술 자체보다 ‘누가 발명의 주체로 인정받을 수 있는가’에서 시작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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