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까지 공개된다"... 변리사 비밀유지권 공백, 글로벌 특허전 ‘리스크’로 부상

미국·일본은 보호, 한국은 공백... 산업계 “해외 분쟁 대응 위해 시급한 제도 정비 필요”

이성용 기자 | 기사입력 2026/05/11 [12:00]

"전략까지 공개된다"... 변리사 비밀유지권 공백, 글로벌 특허전 ‘리스크’로 부상

미국·일본은 보호, 한국은 공백... 산업계 “해외 분쟁 대응 위해 시급한 제도 정비 필요”

이성용 기자 | 입력 : 2026/05/11 [12:00]

▲ 출처=생성형 AI 이미지  © 특허뉴스

 

글로벌 특허분쟁이 고도화되는 가운데, 기업의 핵심 기술 전략과 법적 대응 논의를 보호할 ‘변리사-의뢰인 간 비밀유지권’ 도입 요구가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단순한 법률 쟁점을 넘어, 기술 패권 경쟁 시대의 기업 방어력과 직결된 문제라는 인식이 커지는 흐름이다.

 

특허심판원이 지난 8일 개최한 ‘우리 기업의 미국 특허분쟁 대응전략’ 세미나에서는 이러한 문제의식이 집중적으로 제기됐다. 특히 미국 특허무효심판(IPR)과 특허침해소송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기업과 변리사 간 전략적 자문 내용이 소송 과정에서 공개될 수 있다는 구조적 한계가 지적됐다.

 

산업계는 실무 현실과 제도 간 괴리를 핵심 문제로 꼽는다. 장진호 LG전자 상무는 “특허분쟁 현장에서 기업은 변호사보다 변리사와 더 빈번하게 기술과 전략을 논의한다”며 “이 과정에서 생성되는 분석 자료와 대응 전략이 보호되지 않는다면 기업 경쟁력 자체가 노출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지식재산협회 김민태(CJ제일제당 상무) 회장 역시 “미국 등 주요국은 변리사 자문에 대해 폭넓은 비밀유지권을 인정하고 있지만, 국내는 여전히 제도적 공백이 존재한다”며 “이는 기업의 방어권 행사 자체를 위축시키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제도 도입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실제 글로벌 특허분쟁에서는 기술 분석 자료, 무효화 전략, 회피 설계, 라이선스 협상 전략 등 ‘보이지 않는 정보’가 승패를 좌우한다. 그러나 현행 국내 제도에서는 이러한 정보가 법적으로 충분히 보호되지 않아, 소송 과정에서 상대방에 노출될 가능성이 지속적으로 문제로 제기돼 왔다.

 

반면 미국·일본·독일 등은 일정 범위 내에서 변리사와 의뢰인 간 커뮤니케이션을 보호하는 비밀유지권 제도를 갖추고 있다. 이는 단순한 법적 장치가 아니라, 기업이 기술 전략을 자유롭게 논의하고 방어 전략을 설계할 수 있는 기반으로 작동한다.

 

▲ 지난 8일 한국지식재산센터에서 열린 ‘우리 기업의 미국 특허분쟁 대응전략’ 세미나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사진=KPAA)  © 특허뉴스


이 같은 상황에서 산업계는 변리사 비밀유지권을 ‘선택’이 아닌 ‘필수 인프라’로 보고 있다. 기술 경쟁이 곧 국가 경쟁력으로 이어지는 환경에서, 전략 정보 보호는 단순한 권리 문제가 아니라 산업 안보 차원의 이슈로 확장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변리사 비밀유지권 도입을 위한 변리사법 개정안은 지난 3월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를 통과해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제도 도입 여부에 따라 향후 국내 기업의 글로벌 특허분쟁 대응력과 전략 설계 환경이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결국 이번 논의는 명확한 질문으로 귀결된다.

특허 경쟁의 승부는 기술력만으로 결정되는가, 아니면 그 기술을 얼마나 안전하게 보호하고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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