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할수록 더 정교해진다"... KAIST, 나노입자 ‘역설’로 촉매 혁신 열다

금속 많을수록 균일해지는 ‘성분 집중’ 원리 규명... 수소 생산 효율 4배 향상

염현철 기자 | 기사입력 2026/05/10 [16:50]

"복잡할수록 더 정교해진다"... KAIST, 나노입자 ‘역설’로 촉매 혁신 열다

금속 많을수록 균일해지는 ‘성분 집중’ 원리 규명... 수소 생산 효율 4배 향상

염현철 기자 | 입력 : 2026/05/10 [16:50]

▲ 경쟁적 반응성을 이용한 다성분 나노입자 형성과 수소 촉매 응용 개념도(그림=KAIST)  © 특허뉴스

 

“많이 섞을수록 더 망가진다”는 기존 나노소재의 상식이 뒤집혔다. KAIST 연구진이 여러 금속을 혼합할수록 오히려 더 균일한 구조가 형성되는 ‘역설적 현상’을 세계 최초로 규명하면서, 차세대 촉매와 에너지 소재 설계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

 

KAIST 생명화학공학과 정희태 석좌교수 연구팀은 스탠퍼드대학교 마테오 카르넬로 교수팀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다성분 금속 나노입자에서 ‘성분 집중(Composition-focusing)’ 현상이 작동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는 금속 원소의 종류가 많아질수록 오히려 입자 조성이 특정 방향으로 정리되며 구조가 균일해지는 현상이다.

 

기존에는 서로 다른 금속이 섞일 경우 반응 속도 차이로 인해 입자 크기와 형태가 불균일해지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연구팀은 원자 간 결합 과정에서 먼저 자리 잡은 금속 원자가 이후 결합을 유도하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며, 결과적으로 원자들이 무질서하게 섞이는 것이 아니라 층층이 정렬된 구조를 형성한다는 점을 확인했다. 즉, 복잡한 화학 반응 환경이 오히려 질서 형성을 유도한다는 새로운 설계 원리가 밝혀진 것이다.

 

이 원리는 실제 성능에서도 입증됐다. 연구팀은 5가지 금속을 포함한 다성분 나노입자 촉매를 제작해 실험한 결과, 암모니아 분해 기반 수소 생산 반응에서 기존 산업 표준인 루테늄 촉매 대비 약 4배 높은 효율을 기록했다. 특히 고온 환경에서도 안정성을 유지해 상용화 가능성을 크게 높였다는 평가다.

 

이번 성과는 단순한 소재 발견을 넘어, 나노소재 설계 패러다임 자체를 바꾸는 연구로 평가된다. 복잡성을 줄여야 한다는 기존 접근에서 벗어나, 오히려 복잡성을 활용해 성능을 극대화할 수 있는 길을 연 것이다. 이는 수소 생산, 이산화탄소 전환, 친환경 에너지 소재, 고성능 촉매 등 다양한 첨단 산업 분야에 직접적인 파급력을 가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희태 교수는 “이번 연구는 나노입자 합성 과정에서 나타나는 역설적 현상을 규명하고, 이를 설계 원리로 확장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향후 에너지 공정 효율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고성능 촉매 개발로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KAIST 윤지수 박사과정생과 스탠퍼드대학교 오진원(Jinwon Oh) 박사가 공동 제1저자로 참여했으며, KAIST 정희태 석좌교수와 스탠퍼드대학교 마테오 카르넬로 교수가 공동 교신저자로 연구를 이끌었으며, 독일 화학기업 BASF와 서울대학교도 참여했다. 연구 결과는 세계적 학술지 Science 5월 7일자에 게재됐다.

 

논문명은 Competitive reactivity drives size- and composition-focusing in multimetallic nanocrystals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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