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푸드, ‘맛’ 넘어 ‘특허’로 먹는다... 10년 4.6만건, 건강기능식품이 판 바꿨다건강기능식품 출원 비중·성장률 모두 1위... 기능성 중심으로 식품 산업 구조 재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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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출처=생성형 AI 이미지 © 특허뉴스 |
K-푸드 열풍이 단순한 소비 트렌드를 넘어 ‘지식재산 경쟁’으로 확장되고 있다. 최근 10년간 식품 분야 특허 출원이 4만6천 건을 넘어선 가운데, 건강기능식품을 중심으로 한 기술 경쟁이 빠르게 고도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맛’과 ‘건강’, 그리고 ‘기술’이 결합된 새로운 식품 산업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식재산처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25년까지 식품 분야 특허 출원은 총 46,436건으로 집계됐다. 특히 최근 3년간은 매년 5,000건 이상의 출원이 이어지며 뚜렷한 증가세를 보였다. 이는 K-푸드가 글로벌 시장에서 확산되면서, 단순한 제품 경쟁을 넘어 기술과 권리 확보 경쟁으로 전환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가장 두드러진 분야는 건강기능식품이다. 최근 10년간 총 8,126건이 출원되며 전체 식품 특허의 17.5%를 차지해 가장 높은 비중을 기록했다. 성장 속도 역시 가파르다. 2016년 351건에 불과하던 출원은 2025년 1,166건으로 3.3배 증가했고, 연평균 증가율은 14.27%에 달했다. 이는 식품 산업이 단순한 영양 공급을 넘어 기능성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실제로 최근 출원된 기술들은 기존의 단백질·비타민 보충을 넘어 항산화, 면역력 강화, 혈당 조절, 혈액순환 개선 등 다양한 기능성을 구현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기술 유형별로는 ‘항산화 및 면역력 증진’이 2,113건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소화 건강(729건)’과 ‘인지기능 및 수면 개선(4678건)’ 분야가 뒤를 이었다.
소재 측면에서도 변화가 뚜렷하다. 식물성 원료 기반 기술이 3,634건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으며, 프로바이오틱스 관련 기술도 642건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특히 인삼·홍삼 계열 소재는 여전히 강력한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으며, 실제 시장에서도 홍삼은 매출과 수출 모두에서 1위를 기록하며 기술과 산업이 긴밀히 연결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구체적인 사례에서도 확인된다. 한국식품연구원은 제주 해조류 ‘넓패’를 활용해 우울증 및 스트레스 개선 효과를 규명하고 이를 특허로 확보했다. 이는 전통 식재료를 기능성 식품으로 확장하는 대표적 사례로, 향후 K-푸드의 기술 진화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건강기능식품과 함께 제빵과 소스 분야도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제빵 분야 특허 출원은 2016년 237건에서 2025년 400건으로 증가하며 연평균 5.99%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특히 최근에는 무설탕, 저칼로리, 글루텐 프리 등 건강 요소를 반영한 제품 기술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는 소비자 수요 변화가 기술 개발로 직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대표적으로 한 중소기업은 쌀겨와 콩 단백질을 활용해 밀가루를 사용하지 않는 식물성 카스테라 제조 기술을 개발해 특허를 확보했다. 이는 단순한 제품 개발을 넘어 식품 산업의 원료 구조 자체를 변화시키는 기술적 시도로 평가된다.
소스류 역시 K-푸드 확산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2016년 311건이던 출원은 2025년 475건으로 증가하며 연평균 4.82% 성장했다. 특히 전통 장류를 기반으로 글로벌 소비자의 입맛에 맞춘 ‘맞춤형 소스’ 기술이 활발하게 출원되고 있다.
농업회사법인 B사는 고춧가루 대신 파프리카와 누룩을 활용해 외국인용 고추장 소스를 개발하고 특허를 확보했다. 이러한 기술은 K-푸드의 ‘현지화 전략’과 직결되며, 실제로 소스류 수출액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산업적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눈에 띄는 점은 식품 특허 출원의 주체다. 일반적인 기술 분야와 달리 식품 분야에서는 개인과 중소기업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전체 출원의 72.4%가 개인(38.8%)과 중소기업(33.6%)에서 나왔으며, 이는 식품 산업이 비교적 진입 장벽이 낮고, 창의적인 아이디어 기반의 혁신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분야임을 보여준다.
이는 레시피나 조리법과 같은 일상적 아이디어가 지식재산으로 전환되는 구조와도 맞닿아 있다. 과거에는 단순한 요리법으로 인식되던 요소들이 이제는 기술로 보호되고, 사업화 가능한 자산으로 평가받고 있는 것이다.
반면, 공공기관과 대기업은 체계적인 연구개발을 기반으로 한 대규모 기술 확보를 주도하고 있다. 농촌진흥청과 한국식품연구원이 각각 569건, 503건으로 다출원 1·2위를 기록했고, CJ제일제당이 397건으로 뒤를 이었다. 이는 식품 산업에서도 ‘아이디어 기반 혁신’과 ‘연구개발 기반 기술 확보’가 동시에 이루어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지식재산처는 이러한 흐름을 K-푸드 산업의 구조적 변화로 해석하고 있다. 양재석 특허심사기획국장은 “K-푸드가 세계 시장과 소비자 요구에 맞춰 진화하면서 특허 출원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며, “국민과 기업의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국내외에서 안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K-푸드는 이제 단순한 ‘맛의 산업’을 넘어 ‘기술 산업’으로 진입하고 있다. 건강기능식품을 중심으로 한 기능성 확대, 제빵과 소스 분야의 기술 혁신, 그리고 개인과 중소기업이 주도하는 창의적 출원 구조는 이러한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무엇보다 중요한 변화는 ‘레시피의 특허화’다. 과거에는 공유되고 소비되던 아이디어가 이제는 보호되고 거래되는 자산으로 전환되고 있다. 이는 K-푸드가 글로벌 시장에서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이기도 하다.
K-푸드의 다음 경쟁력은 더 이상 맛에만 있지 않다.
그 맛을 어떻게 기술로 만들고, 권리로 보호하며, 시장으로 확장하느냐에 달려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