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D 하나로 물질 내부를 읽는다"... KAIST, 3차원 광학 지문 분석 시대 열다

레이저 없이도 정밀 측정... 비파괴 3D 유전체 텐서 기술, 반도체·바이오·디스플레이 혁신 기대

염현철 기자 | 기사입력 2026/05/07 [17:04]

"LED 하나로 물질 내부를 읽는다"... KAIST, 3차원 광학 지문 분석 시대 열다

레이저 없이도 정밀 측정... 비파괴 3D 유전체 텐서 기술, 반도체·바이오·디스플레이 혁신 기대

염현철 기자 | 입력 : 2026/05/07 [17:04]

▲ 설계된 비간섭계 기반 광학 시스템과 유전체 텐서 복원 알고리즘. 비간섭계 방식으로 구성된 시스템을 통해 다양한 측정 조건에서의 광학 응답 함수를 이론적으로 계산하고, 이를 기반으로 유전체 텐서 정보를 역연산하여 이축 이방성을 구성하는 주축 방향과 그 세기를 3차원으로 복원하였다.(그림 및 설명=KAIST)  © 특허뉴스


일상의 LED 빛만으로 물질 내부 구조를 3차원으로 정밀하게 읽어내는 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기존에는 대형 장비와 레이저 간섭계가 필요했던 고난도 광학 분석을 소형 장비로 구현할 수 있게 되면서, 재료·반도체·바이오 전반의 분석 방식이 근본적으로 바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KAIST는 물리학과 박용근 교수 연구팀이 서울아산병원, 고려대학교와의 공동연구를 통해 ‘비간섭 유전체 텐서 단층촬영(iDTT)’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 기술은 물질 내부의 복잡한 ‘광학 지문’을 3차원으로 복원하는 차세대 이미징 방식이다.

 

물질은 빛이 통과할 때 방향에 따라 굴절률이 달라지는 ‘광학 이방성’이라는 특성을 가진다. 이는 분자 배열과 내부 구조를 반영하는 핵심 정보로, 일종의 ‘지문’과 같은 역할을 한다. 특히 세 방향에서 모두 다른 굴절 특성을 보이는 ‘이축 이방성’은 구조적으로 복잡해 기존 기술로는 정밀 분석이 쉽지 않았다.

 

연구팀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LED 기반 비간섭 광원을 활용했다. 기존 레이저 기반 기술은 외부 진동과 간섭 노이즈에 취약했지만, iDTT는 LED 조명을 활용해 안정성을 확보하고 측정 정확도를 크게 높였다. 빛의 편광과 입사 각도를 정밀하게 제어해 총 48가지 독립 측정을 수행함으로써, 물질의 광학적 특성을 나타내는 ‘유전체 텐서’를 3차원으로 복원하는 데 성공했다.

 

실험 결과, 기존 방식으로는 노이즈에 묻혀 관찰이 어려웠던 미세 구조가 선명하게 드러났으며, 마이크로미터 수준의 분자 배열까지 정밀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이는 단순 영상 구현을 넘어 물질의 내부 구조와 물리적 특성을 동시에 해석할 수 있는 수준이다.

 

활용 가능성은 매우 광범위하다. 연구팀은 액정 입자 내부 분자 배열을 3차원으로 시각화했으며, 방사선 치료 이후 조직 변화도 별도 염색 없이 분석하는 데 성공했다. 또한 서로 다른 결정 물질이 혼합된 경우에도 광학 반응 차이만으로 물질을 구분해내는 성과를 보였다. 나아가 다결정 구조에서는 결정 간 정합성과 배열 방향까지 비파괴 방식으로 분석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이번 기술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제약, 생의학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핵심 분석 도구로 활용될 전망이다. 특히 기존 파괴 분석이나 대형 장비에 의존하던 공정을 대체할 수 있어, 연구·개발 비용 절감과 속도 향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박용근 교수는 “대형 시설 없이도 물질의 이방성을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는 길을 연 것”이라며 “LED 기반 기술로 안정성과 실용성을 확보한 만큼, 산업 현장에서 활용되는 비파괴 분석의 새로운 기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KAIST 이주헌 석박사통합과정 학생이 제1저자로 참여했으며, 국제 학술지 Nature Photonics에 게재되며 기술적 성과를 인정받았다.

 

AI와 첨단 소재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보는 기술’의 진화는 곧 산업 경쟁력으로 이어진다. KAIST의 이번 성과는 복잡한 물질 내부를 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는 새로운 도구를 제시하며, 차세대 정밀 분석 기술의 방향을 바꾸고 있다는 평가다.

 

논문명은 Incoherent dielectric tensor tomography for quantitative three-dimensional measurement of biaxial anisotropy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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