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SA도 이기고, 구글과 MIT를 제쳤다. 2015년 미국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이 주최한 DARPA 로보틱스 챌린지(DARPA Robotics Challenge) 결승전에서, 우리나라 KAIST가 개발한 휴머노이드 로봇 ‘DRC-HUBO’는 세계 최고라는 평가를 받으며 당당히 우승했다. NASA 제트추진연구소(JPL), MIT, 카네기멜런대, 그리고 당시 구글이 인수한 보스턴다이내믹스 팀까지 모두 경쟁자였다. 재난 현장에서 인간을 대신해 문을 열고, 차량을 운전하고, 계단을 오르며 작업을 수행하는 로봇 가운데 가장 안정적이고 실용적인 성능을 보여준 결과였다.
기술적으로 이 성과를 부정할 사람은 없었다. 한국 로봇 기술이 세계 최정상에 올랐다는 사실은 국제적으로도 명확히 기록됐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문제는 그때부터 시작됐다. 세계 1위를 했다는 이유로 관심은 빠르게 식었고, 후속 예산과 정책 지원은 중단됐다. 목표는 달성됐고, 더 이상 투자할 이유가 없다는 판단이 내려졌다.
로봇은 여전히 작동했고, 성능도 세계 최고 수준에 머물러 있었지만, 갈 곳은 없었다. 군사용으로 이어지기에는 정책적 판단과 로드맵이 없었고, 재난 대응 공공 로봇으로 확장하기에는 제도와 책임 구조가 준비되지 않았으며, 민간 시장에서는 규제와 위험 부담을 감당할 주체가 없었다. 그렇게 세계를 이긴 로봇은 현장으로 가지 못한 채 창고로 들어갔다. 실패해서가 아니라, 너무 잘 만들었다는 이유로 방치된 것이다.
이 장면은 우리 기술정책의 고질적인 구조를 그대로 보여준다. 개발 단계에서는 세계 최고를 외치지만, 1등을 한 순간 ‘과제가 끝났다’는 이유로 지원을 멈춘다. 기술을 만드는 데에는 예산을 쓰지만, 기술을 시장으로 넘기는 과정에는 책임지지 않는다. 그 결과 세계 1위 기술은 논문과 시연 영상으로만 남고, 실제 산업과 사회에서는 자리를 찾지 못한다.
IP와 기술사업화 관점에서 보면 이 로봇은 실패 사례가 아니다. 실패한 것은 기술 이후의 전략이다. 핵심 기술과 특허는 확보했지만, 누가 어떤 시장에서 그 기술을 사용할 수 있는지, 사업권은 어떻게 설계돼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빠져 있었다. 정책은 기술 개발의 종착점을 ‘대회 우승’으로 설정했고, 그 다음 단계인 시장과 산업으로의 이행은 설계하지 않았다.
같은 대회에 참가했던 미국 팀들은 달랐다. NASA와 대학, 기업들은 대회 이후에도 로봇 기술을 군사, 우주, 산업 자동화로 분산 흡수했다. 기술은 해체됐지만, 사업과 정책 안으로 흘러 들어갔다. 반면 우리는 로봇을 그대로 보관했다. 세계 최고 기술을 보유하고도, 그 기술이 설 자리를 만들지 못했다.
그래서 DARPA 로봇대회 우승은 영광으로 남았지만, 산업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세계를 이긴 로봇이 창고에 머무는 동안, 시간은 흘렀고 기술의 주도권은 다시 다른 나라로 넘어갔다. 이 사례는 로봇 한 대의 문제가 아니다. 오늘날 AI, 자율주행, 안전기술에서도 반복되고 있는 장면이다.
우리는 여전히 묻는다. “세계 1위가 되었는가.” 그러나 더 중요한 질문은 늘 뒤로 밀린다. “그 다음을 준비했는가.”
세계 1위를 한 기술을 창고로 보내는 나라에서, 기술 강국이라는 말은 공허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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