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포로 반도체를 깎았다”... KAIST, AI 반도체 가공 패러다임 바꿀 ‘나노 사포’ 개발

탄소나노튜브 연마재로 원자 수준 표면 정밀화... HBM 공정 신뢰성·친환경성 동시 확보

염현철 기자 | 기사입력 2026/02/12 [00:19]

“사포로 반도체를 깎았다”... KAIST, AI 반도체 가공 패러다임 바꿀 ‘나노 사포’ 개발

탄소나노튜브 연마재로 원자 수준 표면 정밀화... HBM 공정 신뢰성·친환경성 동시 확보

염현철 기자 | 입력 : 2026/02/12 [00:19]

▲ 나노 사포 정밀 연마 시스템 모식도(그림=KAIST)  © 특허뉴스

 

KAIST 연구진이 일상에서 사용하는 ‘사포’의 개념을 나노 기술로 확장해, 반도체 표면을 원자 수준까지 정밀하게 가공할 수 있는 ‘나노 사포’를 개발했다. 이번 기술은 고대역폭 메모리(HBM) 등 첨단 AI 반도체 공정에서 표면 품질과 신뢰성을 높일 수 있는 새로운 가공 해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KAIST는 기계공학과 김산하 교수 연구팀이 머리카락보다 수만 배 가는 탄소나노튜브를 연마재로 활용한 ‘나노 사포’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 기술은 기존 반도체 평탄화 공정보다 더 정밀한 표면 가공을 가능하게 하면서, 공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이다.

 

연마재 밀도 10억 입방수... 디싱 결함 67% 감소

 

반도체 성능과 안정성은 표면을 얼마나 균일하고 매끄럽게 가공하느냐에 크게 좌우된다. 기존에는 연마 입자를 액체에 분산시킨 슬러리를 사용하는 화학적 기계적 연마(CMP, Chemical Mechanical Polishing) 공정이 활용돼 왔다. 그러나 슬러리 사용 방식은 추가 세정 공정이 필요하고 폐기물이 많이 발생해 공정이 복잡하고 환경 부담이 크다는 한계가 있다.

 

연구팀은 사포의 개념을 나노 수준으로 확장해 이러한 문제를 해결했다. 탄소나노튜브를 수직으로 정렬한 뒤 폴리우레탄 내부에 고정하고, 일부만 표면에 노출시키는 구조로 ‘나노 사포’를 구현했다. 이 구조는 연마재가 이탈하지 않도록 억제해 표면 손상 우려를 줄이고, 반복 사용에도 안정적인 성능을 유지한다.

 

이번에 개발된 나노 사포는 연마재 밀도 기준으로 상용 사포 중 가장 미세한 제품보다 약 50만 배 높은 수준을 구현했다. 일반 사포가 40~3000 입방수인 반면, 나노 사포는 10억(1,000,000,000) 이상의 입방수를 갖는다. 이를 통해 표면을 수 나노미터, 즉 원자 몇 개 두께에 해당하는 수준까지 정밀하게 가공할 수 있었다.

 

실험 결과, 거친 구리 표면을 수 나노미터 수준까지 매끄럽게 가공하는 데 성공했으며, 반도체 패턴 평탄화 실험에서는 기존 CMP 공정 대비 디싱(dishing) 결함을 최대 67%까지 줄였다. 디싱 결함은 배선 중앙이 움푹 파이는 현상으로, HBM 등 첨단 반도체의 성능과 신뢰성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인이다.

 

또한 연마재가 사포 표면에 고정돼 있어 슬러리 용액을 지속적으로 공급할 필요가 없어 세정 공정을 줄일 수 있고, 폐슬러리 발생도 억제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반도체 제조 공정의 친환경 전환 가능성도 제시했다.

 

연구팀은 해당 기술이 AI 서버용 HBM과 차세대 반도체 연결 기술인 하이브리드 본딩 공정 등에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산하 교수는 “일상적인 사포의 개념을 나노 수준으로 확장해 초미세 반도체 제조에 적용한 독창적인 연구”라며 “이 기술이 반도체 성능 향상뿐 아니라 친환경 제조 공정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기계공학과 강석경 박사가 제1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는 제31회 삼성휴먼테크논문대상 기계공학 분과 금상(1위)을 수상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Advanced Composites and Hybrid Materials(IF 21.8)'에 2026년 1월 8일 온라인 게재됐다.

 

논문명은 Carbon nanotube sandpaper for atomic-precision surface finishing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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