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NFT도 상표법상 ‘상품’이다"... 美 항소법원, BAYC 분쟁서 최초 본질 규정단순 디지털 파일 아닌 ‘시장 거래재·출처표시 수단’으로 인정
미국 제9연방순회항소법원이 “NFT(대체불가능토큰)는 단순한 디지털 이미지가 아니라 실제 시장에서 독립적으로 거래되고, 상품·서비스의 출처를 식별하는 기능을 수행하는 상거래상의 ‘상품’”이라고 판단했다. 이는 NFT가 상표법상 보호 대상이 되는지에 대해 상급심이 명확한 기준을 제시한 사례로, 디지털 자산 IP 보호의 경계가 오프라인 물리재에서 온라인 가상자산으로 본격 이동했음을 의미한다.
이번 사건(Yuga Labs, Inc. v. Ryder Ripps, Jeremy Cahen)은 세계적 NFT 프로젝트 ‘보어드 에이프 요트 클럽(BAYC)’을 운영하는 유가랩스(Yuga Labs)가, BAYC 이미지를 그대로 가져와 ‘RR/BAYC’라는 NFT 컬렉션을 판매한 예술가 라이더 립스(Ryder Ripps)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이다. 1심인 미 캘리포니아 지방법원은 유가랩스의 손을 들어주며 상표권 침해와 사이버스쿼팅을 인정했지만(2023.9.25), 항소심은 일부 판단을 뒤집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고 환송했다(2025.7.23).
쟁점 1_ NFT는 상표법의 ‘상품’인가
피고 측은 “NFT는 무형의 디지털 콘텐츠일 뿐이므로 상표법이 보호하는 상품(goods)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과거 대법원 판례(Dastar, 2003)는 영상·콘텐츠 그 자체는 상표법이 아닌 저작권법의 영역이라고 본 바 있어, 디지털 표현물은 전통적 의미의 ‘상품’으로 보기 어렵다는 논리가 반복됐다.
그러나 항소법원은 이를 배척했다. 법원은 ① NFT는 실제로 온라인 마켓플레이스에서 독립적으로 거래되고, ②소비자는 이를 돈을 주고 구매하며, ③NFT는 단순 이미지 복제본이 아니라 멤버십, 독점 접근권, 행사 참여 등 추가적 가치를 제공하고, ④구매자가 그 NFT 자체를 경험·소유하는 형태로 소비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즉, NFT는 단순한 디지털 파일이 아니라 경제적 실체를 가진 거래재이며, 그 NFT가 어느 프로젝트에서 발행됐는지(출처)가 소비자 선택에 직접 영향을 미치므로 ‘상표법상 상품’으로 볼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이는 NFT를 상표 보호의 외곽에 두려는 피고의 논리를 원천 차단한 대목이다.
이 해석은 한국 실무에도 파급이 크다. 국내 상표법은 ‘상품’을 전통적으로 유형물 중심으로 이해해왔지만, 이미 소프트웨어·디지털 음원 등 전자적 파일도 거래 객체라면 상품으로 본다는 흐름이 자리잡았다. NFT 역시 그 ‘토큰 자체’만이 아니라 NFT로 발행된 디지털 아트, 이미지 파일, 멤버십 서비스 등 결합된 자산이 상표의 보호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 지식재산처가 제시해 온 “NFT로 발행된 디지털 콘텐츠” 식의 지정상품 기재 방식과도 궤를 같이한다.
쟁점 2_ 등록상표가 아니어도 보호받을 수 있나
피고는 “유가랩스는 BAYC 관련 표장을 등록상표로 보유하지 않았으므로 상표권자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항소법원은 미국 상표법(Lanham Act)은 ‘등록’만을 보호하는 제도가 아니라고 못박았다. 상표가 시장에서 특정 출처를 가리키는 표지로 인식되고 있고, 그 사용이 경쟁자보다 선행했다면 미등록 표장이라도 보호의 대상이 된다는 기존 판례 원칙을 재확인한 것이다.
즉 ‘Bored Ape Yacht Club’, ‘BAYC’, 해골 로고 등은 이미 NFT 시장과 커뮤니티에서 유가랩스를 가리키는 강한 식별력을 확보했으므로, 상업적 선사용에 근거한 권리는 인정된다는 결론이다. 다시 말해, 등록 여부와 상관없이 소비자가 그 표지를 보고 “아, 그 유명한 BAYC”라고 떠올린다면 이는 법적 보호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쟁점 3_ 패러디인가, 상표 도용인가
피고 측은 자신의 프로젝트 ‘RR/BAYC’가 단순히 BAYC를 비판·풍자하기 위한 사회적 표현(미국 수정헌법 제1조의 자유)이라고 주장하며, 상표 사용 역시 ‘주격 공정 사용(nominative fair use)’이라고 항변했다. 즉 “우리는 BAYC라는 말을 BAYC를 지칭하려고 썼을 뿐, BAYC인 척한 게 아니다”라는 논리다.
하지만 항소법원은 이 역시 받아들이지 않았다. ‘RR/BAYC’라는 명칭, ‘BAYC’ 심볼, 마케팅 표현 등이 모두 피고 자신의 NFT를 가리키는 브랜드처럼 사용됐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이는 단순 비교·비판을 위한 언급을 넘어, 상표 자체를 자기 상품의 출처표시로 끌어다 쓴 것으로 봐야 하므로 ‘공정 사용’이나 ‘표현의 자유’ 주장은 그대로 통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핵심은 “어디까지가 패러디/비평이고, 어디부터가 상업적 상표 사용인가”다. 항소법원은 상표가 실제로 소비자에게 ‘출처’를 암시하는 방식으로 사용됐다면, 표현의 자유보다 상표법 적용이 우선한다고 정리했다.
쟁점 4_ 혼동가능성(Likelihood of Confusion)은 누구 몫인가
상표권 침해의 최종 관문은 ‘소비자가 출처를 혼동할 우려가 있었는가’다. 1심 법원은 유가랩스의 주장을 받아들여 “혼동 우려가 명백하다”고 보고 피고의 책임을 인정했다.
하지만 항소법원은 이 부분을 뒤집었다. 해당 사건에서의 혼동가능성 판단은 상표의 식별력, 양측 상품의 유사성, 마케팅·유통 채널의 일치 여부, 실제 혼동 사례, 피고의 의도, 소비자의 주의 수준 등을 종합적으로 보는, 이른바 ‘슬릭크래프트(Sleekcraft) 팩터’ 분석 대상이라고 지적했다.
항소법원은 “일부 요소는 원고(BAYC)에게 유리하지만, 다른 요소는 피고에게도 유리하게 해석될 수 있다”며, 이 문제는 사실판단 사안이므로 배심원이 증거(소비자 설문, 실제 혼동 사례 등)를 보고 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시 말해, 하급심이 약식판결만으로 ‘혼동은 있다’고 단정한 것은 섣불렀으며, 그 점에서 상표권 침해 인정 부분은 파기·환송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실무적으로 중요한 신호다. NFT·디지털 자산 관련 상표 분쟁에서 “소비자가 진짜로 헷갈렸는가?”를 입증하는 것은 이제 단순 주장만으로는 부족하다. 실제 거래 현장 데이터, 구매자 인식조사, 마케팅 캡처 등 구체적 증거 확보가 핵심 전략이 된다.
쟁점 5_ 도메인 이름은 사이버스쿼팅인가
유가랩스는 피고가 운영한 ‘rrbayc.com’, ‘apemarket.com’이 자신들의 명성에 무임승차하려는 사이버스쿼팅이라고 주장했다. 1심은 이를 인정했지만, 항소심은 다른 결론에 도달했다. 항소법원은 미국 사이버스쿼팅 방지법(ACPA)에 따르면 문제의 도메인이 권리자의 표장과 혼동될 정도로 유사해야 하는데, ‘rrbayc.com’은 ‘rr’이라는 접두로 피고(라이더 립스)를 가리키는 차별 요소가 있고, ‘apemarket.com’은 ‘Bored Ape Yacht Club’과 동일하지 않으며 ‘ape’처럼 일반적 단어 사용이 포함돼 혼동을 단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결국 항소심은 이 부분에서도 1심 판단을 파기했다.
이번 판결은 두 가지 점에서 상징적이다.
첫째, NFT의 법적 지위다. 항소법원은 NFT를 “저작물의 복제본”이 아니라 “시장에서 거래되는 독립된 재화이자 출처표시 수단”으로 보았다. 이로써 NFT는 상표법 테이블 위에 완전히 올라왔다. 앞으로 NFT 프로젝트 운영사는 단지 ‘아트 커뮤니티’가 아니라, 브랜드 관리·상표 관리의 주체가 된다.
둘째, 디지털 자산 분쟁의 싸움터가 정교해졌다는 점이다. 법원은 혼동가능성 여부를 기계적으로 선언하지 않고, 슬릭크래프트 팩터 전부를 실제 증거와 함께 살펴야 한다는 절차적 기준을 다시 강조했다. 이는 곧 NFT·메타버스 기반 브랜드 분쟁에서 “우리가 피해자다”라는 말만으로 즉각 승소하기 어렵다는 뜻이며, 반대로 “이건 풍자일 뿐”이라는 주장만으로도 면책되기 힘들다는 뜻이기도 하다.
결국 이번 사건은 NFT를 둘러싼 상표권 분쟁에서 기준선을 올려놓았다.
NFT는 상표법상 보호 가능한 ‘상품’으로 취급될 수 있고, 미등록 표장이라도 시장에서 식별력을 얻으면 법적 보호를 받는다. 또한 혼동가능성은 증거 기반 판단이며, 단순 약식으로 결론낼 수 없다.
NFT, 디지털 멤버십, 한정 커뮤니티 액세스 등 무형 자산이 곧 ‘브랜드 그 자체’가 되는 시대. 이번 판단은 그 현실을 사법적으로 공식화했다. 본 기사는 한국지식재산보호원 분쟁정보분석팀 황용규 변리사의 'NFT가 독립 상거래가 이루어지고 출처 식별 기능을 수행하는 경우, 상표법 상의 상품으로 인정한 美연방순회항소법원' 보고서를 참고해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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