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스마트폰에 '눈'을 달다... 손톱만 한 초소형 분광기로 세상의 모든 색을 읽는다

염현철 기자 | 기사입력 2025/06/13 [17:03]

KAIST, 스마트폰에 '눈'을 달다... 손톱만 한 초소형 분광기로 세상의 모든 색을 읽는다

염현철 기자 | 입력 : 2025/06/13 [17:03]

▲ 무질서 메타표면 이중층과 이미지 센서로 구성된 간단한 구조를 통해, 높은 분광 해상도를 가지면서도 예측 가능한 분광 채널의 스페클을 소형 폼팩터로 생성할 수 있음을 보였고, 측정된 스페클과 계산된 스페클 간의 높은 유사도를 바탕으로 역문제를 풀어 스펙트럼을 복원할 수 있음을 검증하였다.(그림 및 설명=KAIST)  © 특허뉴스

 

이제 스마트폰으로 음식의 성분을 분석하고, 피부 상태를 진단하며, 심지어 환경 오염까지 감지하는 시대가 열릴 전망이다.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장무석 교수 연구팀이 손톱보다 작은 크기(1cm 미만)에서도 1나노미터(nm) 수준의 고해상도를 구현하는 혁신적인 초소형 분광기 개발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이는 그동안 크고 복잡해 휴대용 기기 적용이 어려웠던 기존 분광기의 한계를 뛰어넘는 획기적인 발전이다.

 

분광기는 빛을 파장별로 분해해 물질의 성분이나 상태 같은 과학적 정보를 분석하는 광학 장비로, 재료 분석, 화학 성분 검출, 생명과학 연구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어 왔다. 하지만 기존의 고분해능 분광기는 수십 센티미터에 달하는 큰 폼 팩터와 복잡한 교정 과정이 필요해 실험실이나 산업 제조 현장 수준으로 그 활용이 제한적이었다. 이는 빛의 파장을 진행 방향으로 분리하는 전통적인 분산 기반 원리에서 기인한다.

 

장무석 교수 연구팀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빛의 색 정보를 빛의 진행 방향으로 일대일 대응시키는 기존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이중층 무질서 메타표면'을 활용하는 독창적인 방식을 고안했다. 이 이중층 메타표면은 두 겹의 무질서한 나노 구조층을 통해 빛을 복잡하게 산란시켜, 파장별로 고유하고 예측 가능한 '스페클(불규칙한 밝기의 광 패턴)' 패턴을 만들어내는 혁신적인 광학 소자다. 연구팀은 카메라로 측정된 이 무작위 패턴을 분석하여 빛의 정밀한 색 정보(파장)를 복원해내는 방식으로 분광기를 구현했다.

 

그 결과, 단 한 장의 영상 촬영만으로 가시광-적외선(440~1,300nm) 범대역의 빛을 1nm 수준의 고해상도로 정확하게 측정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연구에 제1 저자로 참여한 이동구 연구원은 "이번 기술은 상용 이미지 센서에 직접 통합될 수 있어, 앞으로는 모바일 기기에 내장된 형태로 일상에서도 빛의 파장 정보를 손쉽게 취득하고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장무석 교수는 "R(빨강), G(초록), B(파랑) 3가지 색 성분으로만 구분해서 인식되는 기존 RGB 삼색 기반 머신 비전 분야의 한계를 뛰어넘는 기술"이라며, "음식 성분 분석, 농작물 상태 진단, 피부 건강 측정, 환경 오염 감지, 바이오·의료 진단 등 다양한 활용 연구가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또한, 파장과 공간 정보를 고해상도로 동시에 기록하는 초분광 영상, 여러 파장의 빛들을 정밀하게 제어하는 3D 광집속 기술, 아주 짧은 시간 동안 일어나는 현상을 포착하는 초고속 이미징 기술 등 다양한 첨단 광학 기술로의 확장 가능성도 언급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이동구 박사과정, 송국호 박사과정이 공동 제1 저자, 장무석 교수가 교신저자로 참여했으며,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Science Advances)' 2025년 5월 28일 온라인판에 게재되었다. 이번 기술은 스마트폰을 넘어 웨어러블 기기 등 다양한 휴대용 장치에 적용되어 우리 삶의 방식을 혁신적으로 변화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논문명은 Reconstructive spectrometer using double-layer disordered metasurfaces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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