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기획] LG-SK ‘세기의 배터리 소송’을 통해 본… 지식재산(IP)의 중요성

특허뉴스 이성용 기자 | 기사입력 2021/05/18 [12:41]

[스페셜기획] LG-SK ‘세기의 배터리 소송’을 통해 본… 지식재산(IP)의 중요성

특허뉴스 이성용 기자 | 입력 : 2021/05/18 [12:41]

 

 

2차전지 관련 핵심기술 유출 문제를 놓고 LG에너지솔루션(LG화학)SK이노베이션이 벌여온 전기차용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전이 두 회사간 합의로 마무리됐다. 영업비밀 침해를 둘러싼 LGSK의 이번 소송은 국내에 지식재산권 (IP) 보호의 중요성을 환기시키고 가해 기업들에 경종을 울렸다는 평가다.

 

특히 국내 기업들이 지식재산권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를 활용하는 사례가 크게 늘면서 ITC가 진행하는 IP분쟁 절차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세기의 소송으로 불린 LGSK의 영업비밀 침해 사건의 전개 과정과 교훈을 정리해본다. <편집자>

 

LG-SK 합의로 끝난세기의 배터리 소송

 

최근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은 수년 간 미국에서 벌여온 배터리 전쟁에서 합의금과 로열티 조건에 전격 합의했다. 이번 합의를 통해 SK이노베이션은 LG에너지솔루션에 현재가치 기준으로 총 2조원(현금 1조원·로열티 1조원)을 합의된 조건 및 방법에 따라 지급하기로 했다. 또 관련한 국내외 쟁송을 모두 취하하고, 향후 10년 동안 추가 쟁송도 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결국,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판결에 대한 거부권 행사 시한을 하루 앞두고, 양사가 극적으로 분쟁 타결에 합의하면서 SK이노베이션에 대한 ITC의 수입금지 조치도 무효화된다. 이에 따라 SK이노베이션이 조지아주()에 건설 중인 배터리 공장도 차질없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SK는 조지아 공장에서 생산되는 배터리를 포드·폭스바겐에 공급할 예정이다.

 

특허소송 전문가들은 양사가 합의한 이면에는 한국과 미국 행정부의 노력과 함께 SK의 결단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라며 “SK 입장에서는 LG와의 영업침해 및 특허 분쟁이 미국을 넘어 유럽까지 확산되는 것을 막는 동시에 브랜드 홍보 효과까지 얻게 된 만큼, 실제 기술료 지급 총액은 지불방식에 따라 2조 원 수준을 넘어설 수도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실제로 합의 성사 전까지 LG3조 원, SK1조 원에서 팽팽히 맞서왔다.

 

SK이노베이션에 조기패소이끌어낸... LG에너지솔루션

 

이번 배터리 전쟁의 발단은 지난 20194LG에너지솔루션이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자사의 배터리 관련 핵심 기술을 다량으로 유출했다고 주장하며 ITC에 낸 소송이다.

 

▲ SK이노베이션 조지아 공장 (출처: SK이노베이션)  © 특허뉴스

 

LG 측은 지난 2017년부터 2년 동안 SK이노베이션이 자사 전지사업본부의 전 분야에서 76명의 핵심 인력과 영업비밀을 대거 빼갔다고 주장했다. 반면 SK 측은 영업비밀을 유출한 사실이 없으며, 인력 채용도 당사자의 의사에 따라 투명하게 채용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영업비밀: 공공연히 알려져 있지 않고 독립된 가치를 지니는 것으로 합리적인 노력에 의해 비밀로 유지된 생산방법, 판매방법, 그 밖에 영업 활동에 유용한 기술상 또는 경영상의 정보를 뜻한다. 국내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에는 영업비밀 침해에 대한 금지·예방청구권 손해배상청구권 영업비밀이 담긴 노트, 연구노트 등 영업비밀의 침해행위를 조성한 물건에 대한 폐기청구권 신용회복청구권 등을 인정하고 있으며, 침해자 및 배후의 법인 등에 대한 형사처벌까지도 규정하고 있다.

 

 

한국이 아닌 미국에서 소송을 제기한 것은 미국 ITC 및 연방법원이 소송과정에 강력한 증거개시(Discovery) 절차를 두어 증거 은폐가 어렵고, 이를 위반 시 소송결과에도 큰 영향을 주는 제재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미국소송의 당사자는 보유하고 있는 소송과 관련된 각종 정보 및 자료에 대해 상대방이 요구할 경우 제출할 법적 의무가 있으며, 이를 통하여 소송 대리인들은 상대방의 증거자료에 접근이 가능하다.

 

이에 지난 2월 미국 ITCSK이노베이션의 LG측 영업비밀 침해를 인정하고 미국 내에 배터리 팩과 셀, 모듈, 부품, 소재 등 원재료부터 완제품까지 전 제품에 대해 10년간의 수입금지 명령을 결정했다. SK이노베이션에 조기패소 판결(Default Judgment)’을 내린 것이다.

 

다만 SK의 공급업체인 포드와 폭스바겐의 미국 내 생산을 위한 배터리와 부품은 각각 이날부터 4, 2년간 수입을 허용하는 유예 조치도 함께 내렸다. 영업비밀 침해는 인정하면서 자국 내에서 완성차를 생산하는 포드와 폭스바겐에 대해서는 유예기간 내 다른 대체 업체를 찾도록 배려한 것이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 미국 내 산업에 손해를 끼치거나 지식재산권을 침해하는 수입금지 신청을 받아 결정을 행하는 준사법기관이자 독립위원회로 191698일 설립됐다. ITC1930년 제정된 관세법 제337조에 따라, 특허를 비롯한 미국의 지식재산권을 침해하는 수입행위를 제한할 수 있다. 이처럼 수입배제명령이나 정지명령과 같은 국경조치를 할 수 있어 수입에 관계되는 이해 당사자에게 큰 영향력을 미치며, ITC 조사를 통해 신속하고 강력한 제재를 할 수 있다는 장점으로 인해 최근 특허분쟁에서 자주 활용된다.

 

 

ITC 최종 결정 이후에도 60일 가까이 양사는 배상금 규모에 합의를 보지 못하며 협상은 교착 상태였다. SK이노베이션은 미국 사업 철수까지 거론하며 미국에서 거부권에 총력을 기울여 왔다.

 

LG에너지솔루션 역시 합의에 큰 기대를 걸기보단 대통령 거부권 방어에 주력했다. LG 측은 배상금 3조원 이상을, SK 측은 1조원 수준을 제시하는 등 격차가 커 합의가 쉽지 않았다.

 

이에 지식재산(IP) 업계 전문가들은 “LGSK의 전기차 배터리 싸움은 피를 철철 흘리는 처절한 싸움이 됐다. 피를 너무 흘려 둘 다 쓰러지면 경쟁 업체들에게만 좋은 일을 하는 것이다. 적정 선에서 싸움을 그만두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요구해왔다.

 

바이든 정부도 미 ITC의 최종 결정이 나온 후 양사에 합의를 종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정부 역시 지난 2ITC 최종 결정을 앞두고 정세균 국무총리 등이 나서 양 사에 합의를 촉구한 바 있다.

 

▲ 영업비밀 성립요건  © 특허뉴스

 

양사의 영업비밀 침해 사건이 결국 2조원이라는 거액의 합의금으로 종결되면서 LG에너지솔루션은 입장문을 통해 이번 합의는 공정경쟁과 상생을 지키려는 당사의 의지가 반영됐다배터리 관련 지식재산권이 인정받았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도 입장문을 내고 급성장하는 전기차 및 전기차 배터리 산업에서 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 대승적 결단을 내리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분쟁과 관련해 미국 정부가 추진하는 친환경 정책, 조지아 경제의 성장과 일자리 창출에 더 큰 책임감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LG·SK 양자간 특허 침해소송도 모두 취하키로

 

 

영업비밀 침해 사건과는 별도로 전기자동차 배터리 제조방법과 관련한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특허 침해 소송도 양사가 합의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특허 소송이 계속되면 서로가 가진 특허 포트폴리오에 손상을 입을 뿐 아니라 소중한 고객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94LG에너지솔루션이 영업비밀 침해 혐의로 SK이노베이션을 ITC에 제소하자, 같은 해 9SK이노베이션은 특허 침해 혐의로 LG에너지솔루션을 제소했고, 같은 달 LG에너지솔루션은 SK이노베이션을 특허 침해 혐의로 제소했다.

 

SK이노베이션이 “LG에너지솔루션이 특허를 침해했다고 주장하는 미국 ‘994 특허 발명은 한 쌍의 포밍부 사이에 소정의 간격(T)만큼의 여유 공간을 더 두어, 파우치 필름을 접을 때 전극 조립체의 두께(t)를 그 간격(T)만큼 증가시켜 셀의 두께 제한을 극복한 것이다.

 

▲ SK이노베이션의 미국 ‘994 특허  © 특허뉴스

 

LG에너지솔루션은 SK이노베이션이 침해를 주장하는 US 10,121,994 ‘이차 전지 및 이의 제조 방법’(이하 ‘994 특허) 특허는 SK이노베이션이 LG의 기술을 베껴 출원한 것으로 무효 또는 비침해 결정을 받아낼 수 있다고 주장했었다.

 

하지만, 지난 35ITCSK이노베이션이 LG에너지솔루션을 상대로 제기한 전기차 배터리에 대한 특허침해 조사를 종료시켜 달라는 LG에너지솔루션의 제재(Sanction) 요청을 기각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0214ITC가 영업비밀 침해 조사 과정에서 SK이노베이션의 광범위한 증거인멸과 자료제출 명령 불이행을 이유로 조기 패소 판결을 내리자, 이를 근거로 SK이노베이션이 ITC에 제기한 특허 소송도 취소해달라고 요청했다.

 

ITC는 그러나 SK이노베이션이 특허 침해 조사와 관련해 자료를 삭제하고 제출하지 않았다는 LG에너지솔루션의 주장과 달리, LG에너지솔루션이 삭제를 주장하는 증거는 특허 침해와 관련이 없고 일부 자료는 삭제하지 않았으며 삭제한 자료도 고의로 삭제한 것이 아니라며 바로 복구했다고 판단했다.

 

결국, 양사의 이번 최종 합의로 델라웨어 재판부에 계류 중인 영업비밀 침해 관련 배상금 소송과 ITC에 걸려 있는 2건의 특허 분쟁 소송 모두 취하될 것으로 보인다.

 

세기의 배터리 소송으로 본 교훈

 

LGSK의 영업비밀 침해 사건이 결국 2조원이라는 거액의 합의금으로 종결되면서 국내에서도 지식재산권(IP) 보호에 대한 강력한 인식 전환과 제도적 보완이 뒷따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IP 전문가들은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우리나라가 중국과 유럽 경쟁업체들의 추격을 따돌리려면, 가격 경쟁에 앞서 독창적인 지식재산권으로 무장해야 한다라며 이러한 지재권 보호의 중요성을 일깨워준 것이 LGSK의 이번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이라고 평가했다.

 

▲ 전기차 배터리 시장 점유율 (자료 : SNE 리서치)  © 특허뉴스

 

특히 배터리는 지재권 보호가 중요한 분야로 알려져 있다. 배터리의 핵심인 전극을 만들기 위해서는 복잡한 소재 기술과 배합 노하우가 있어야 하는데 이는 제품을 뜯어보는 리버스 엔지니어링’(Reverse Engineering)으로 흉내낼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배터리 업체들은 외부에서 알아내기 어려운 핵심적인 분야는 영업비밀로 관리하고 이를 제외한 기술을 특허출원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실제로 폭스바겐이 투자한 노스볼트(Northvolt)LG의 인력을 채용해 배터리를 연구하고 있다고 홈페이지에 게재했다가 ITC소송 이후 홈페이지에서 이를 삭제하기도 했다.

 

현대차증권 강동진 애널리스트는 배터리 기업들은 핵심 기술을 영업비밀로 관리하는 경우가 많다라며 일정 기간이 지나면 해당 내용이 공개되고 만료가 되어 누구나 쓸 수 있는 특허와 달리, 인력과 관련된 영업비밀 보호 차원에서 이번 배터리 소송이 갖는 의미가 대단히 크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해외 경쟁사들은 기술력 강화를 위해 한국의 숙련된 인재와 영업비밀을 확보해 단번에 격차를 좁히려고 하고 있다. 따라서 글로벌 경쟁 배터리 업체들과의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유일한 답은 기술초격차 통한 지재권 보호인 것이다. 이는 지난 2년간의 실적에서도 여실히 증명된다.

 

▲ LG에너지솔루션 전기차용 배터리: LG에너지솔루션은 오랫동안 축적해온 공정기술을 바탕으로 배터리 업계 최초로 파우치형 배터리 ‘롱셀(Long Cell)’ 기술을 개발해 자동차업체에 공급하고 있다.(사진: LG에너지솔루션)  © 특허뉴스

 

LGSK의 영업비밀 침해 소송이 시작된 2019년 대비 2020년의 국산 배터리 글로벌 점유율은 오히려 크게 올랐다. SNE 리서치에 따르면, LG, 삼성, SK의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점유율은 2019년 총 16%에 불과했으나, 2020년에는 35%까지 2배 이상 치솟았다.

 

반면 CATL, BYD 업체의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점유율은 201944.3%에 달했으나, 2020년에는 37.5%로 오히려 감소했다.

 

IP 전문가들은 특허권이나 영업비밀과 같은 정당한 권리를 행사하는 기업과 사람이 오히려 비난(?)받는 것은 정말 잘못된 문화라며 심지어 중국도 일찍이 지재권 보호의 중요성을 깨닫고 고의 침해 행위에 대해 실제 손해의 최고 5배까지 청구할 수 있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할 정도라고 강조했다.

 

이에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해외 경쟁사와의 격차를 벌리고 기술력 증진을 위해 지속적인 투자와 연구 개발을 단행해왔다. 그 결과, 배터리 특허에 있어서 LG에너지솔루션은 23,610건을 확보했고 삼성SDI2206, 상대적으로 후발주자인 SK이노베이션은 1,781건을 확보했다.

 

반면, 중국을 대표하는 CATL의 특허 수는 여전히 2,221건에 불과한 상황이다. 이 회사는 에너지밀도가 높은 하이니켈 배터리 분야에서 아직 국내 배터리 업체 대비 상대적으로 기술력이 떨어진다.

 

지식재산권 보호 중요성은 여기서 대두된다. 법적으로 지재권을 보호할 수 없는 환경이 조성되면 이들 배터리 후발주자 업체들은 무작위로 한국기업에서 인력을 빼내 영업 비밀을 획득하고 노하우를 취득해 빠르게 기술력을 보완할 것이다.

 

특허 소송 전문가들은 만약, 지재권을 보호할 수 없다면 중국, 유럽 등 배터리 후발주자 업체들은 무작위로 인력을 빼내 영업 비밀을 획득하고 노하우를 훔쳐 갈 것이라며 이번 LGSK 소송을 통해 지재권 보호에 대한 인식이 높아져 장기적으로 국산 배터리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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