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철 교수의 IP 칼럼] LG-SK의 배터리 특허 전쟁의 교훈

최승철 교수 | 기사입력 2021/09/13 [11:06]

[최승철 교수의 IP 칼럼] LG-SK의 배터리 특허 전쟁의 교훈

최승철 교수 | 입력 : 2021/09/13 [11:06]

▲ 아주대학교 공과대학 최승철 교수  © 특허뉴스

2021년 상반기의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특허 전쟁은 모든 매스컴을 통해 큰 화제였다. 이 배터리 특허 전쟁은 우리가 필수적으로 알아야 할 중요한 지식재산의 요소가 많이 포함되어 있다.

 

첫 번째, 국내선수끼리의 시합인데 경기장의 위치가 국내에서 해외로 변경되었다. 특허를 포함한 지식재산의 가치가 충분히 보장되는 지식재산 선진국인 미국으로 그 대결의 링을 옮긴 것이다. 왜 옮겼을까? 한국 땅이 미국에 비하여 특허 등의 지식재산의 가치를 충분히 인정받지 못 한다는 점과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의 정착이 충분하지 않다는 판단이 작용된 것이다. 격투의 링이 이동함에 따라 손해배상금액은 억 단위에서 조 단위로 크게 올라갔다. 흥행에 도움이 되는 곳으로 링이 옮겨진 것이다. 그리고 이기면 확실한 보상이 동반된다.

 

두 번째는 심판관을 새로 선택하였다. 새 심판관은 미국의 국제무역위원회(ITC International Trade Commission)로 특허침해에 대해서 매우 신속한 결정을 내려준다. 판정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특허법원 보다는 매우 빠르게 판단을 내려줘서 몇 년을 기다릴 필요도 없다. 거기에 더하여 지재권 침해로 불공정무역행위가 확인되면, 침해 측에 미국에 대한 수입금지 등 행정조치 명령을 바로 내릴 수 있는 막강한 권한까지 가지고 있다.

 

미국에 배터리제품을 수출하는 회사로서는 ITC의 행정명령을 따를 수밖에 없다. 실제로 미국 ITC는 양사 합의 전의 최종 판결에서 SK이노베이션에게 미국 내에 배터리 팩과 셀, 모듈, 부품, 소재 등 원재료부터 완제품까지 전 제품에 대해 10년간의 수입금지 명령을 내렸다. 이는 미국에 3조를 들여 공장을 건설하는 것을 중단하는 것을 포함하여 미국 자동차 회사에 배터리를 공급하는 모든 사업에 대한 중단이 포함되어 있다.

 

세 번째는 여기서 특허 보다 영업비밀(Trade Secret) 침해에 대한 판결이 핵심이었다.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 측의 기술 정보와 기술자를 빼돌렸다는 영업비밀 침해 여부가 특허침해와 병행하여 조사되었다. 지식재산에서 영업비밀은 상당한 노력에 의하여 비밀로 유지된 생산방법, 판매방법, 그 밖에 영업활동에 유용한 기술상 또는 경영상의 정보를 말한다.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 기술 인력을 빼가면서, 전직 희망자들과의 면접에서 엔지니어들이 가지고 있는 배터리 기술과 정보를 상세히 기록하기를 요구하여 영업비밀 침해의 구체적인 증거를 남겼다.

 

네 번째는 한국에서는 없고 미국에만 존재하는 디스커버리(Discovery)제도, 즉 분쟁 당사자들이 가지고 있는 증거를 공개하는 일종의 증거조사 방식을 통해서 판결을 내렸다는 것이다. 분쟁 당사자들은 증거로 사용될 수 있는 모든 자료를 유지해야 할 증거 보존의 의무가 있다.

 

2021년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이 제도 도입에 대한 찬반 의견이 충돌되고 있다. ITCSK이노베이션이 전사적 차원에서 악의적으로 가지고 있는 증거를 인멸했다고 공지하였다. 최종 판결 1년 전에, 이 악의적인 증거인멸 이유 등으로 SK이노베이션에게는 LG화학 측의 배터리 기

술을 빼냈다는 조기 패소 예비판정이 내려졌다. 국내에서 SK그룹은 최태원 회장을 중심으로 최근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강조하고 있는데, ICT로부터 악의적 증거인멸을 실행하는 기업이라고 낙인 찍히고 영업비밀 침해 최종 판결을 받은 SK그룹은 ESG 경영선언과는 전혀 다

른 현실이다.

 

마지막으로 현재 반도체, 통신, 바이오 제약과 화학 사업 등으로 국내에서 가장 순풍에 돛을 단 SK그룹이 국제적으로 영업비밀 침해에 더하여 악의적 증거 인멸 시도했다고 만 천하에 공개되어 수모를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답은 간단하다. 현재의 경영진이나 그룹의 핵심 결정자가 특허를 비롯한 지식재산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세대로 구성되어 있다고 추측할 수 있다. 우리나라 대학에서 지식재산 관련 강의는 약 20년 전부터 일부에서 시작 되었으나, 본격적인 강의는 약 10년 전부터 개설 되었고, 아직도 관련 교육의 수혜 없이 졸업하는 학생 수가 훨씬 많다. 그러므로 해당 회사의 경영진이 디스커버리제도에 대한 지식이 부족했고, 글로벌 추세에 맞는 대처를 전혀 못했다.

 

결국, 이 결과를 뒤집기 위해서 거금을 들여 미 대통령 당선자의 측근들을 로비스트로 고용하는 방식을 택하였다. 결과적으로는 그 방식을 통한 압력으로 합의가 이루어져서 약간의 효과는 있었으나, 많은 비용을 여러 곳에 체면 유지를 위해 뿌렸다. 참으로 공부하고, 검토하고, 연구할 소재가 가득한 한 편의 블록버스터 영화와 같은 특허 분쟁이었다.

 

솔로몬의 잠언(Proverbs)미련한 자는 지혜와 훈계를 멸시하느니라라고 기록되어 있다. 우리는 이 세기의 배터리 특허전쟁을 통하여 그 핵심을 이해하고 지식재산 분쟁의 구

성요소를 확인하면서 이로부터 교훈을 얻고, 다음 도약의 디딤돌로 삼아야 할 것이다.

 

*[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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