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으로 만든 특허, 누가 돈 버나"... 美 GAO 보고서, 바이돌법 45년의 명암 공개

연방 지원 발명 79%는 권리 확보했지만 21%는 포기... ‘상업화 가능성’이 기술이전 성패 가르는 진짜 기준

이성용 기자 | 기사입력 2026/05/18 [17:22]

"세금으로 만든 특허, 누가 돈 버나"... 美 GAO 보고서, 바이돌법 45년의 명암 공개

연방 지원 발명 79%는 권리 확보했지만 21%는 포기... ‘상업화 가능성’이 기술이전 성패 가르는 진짜 기준

이성용 기자 | 입력 : 2026/05/18 [17:22]

▲ 출처=생성형 AI 이미지  © 특허뉴스


미국 회계감사원(GAO)이 발표한 최신 기술이전 보고서는 연방 정부 자금으로 탄생한 기술과 특허가 실제 시장에서 어떻게 권리화되고 사업화되는지를 보여주며, ‘좋은 기술’과 ‘돈이 되는 기술’ 사이의 현실적 간극을 드러냈다. 1980년 제정된 바이돌법(Bayh-Dole Act)은 대학·중소기업·비영리기관 등이 연방 자금으로 개발한 발명에 대해 일정 요건 아래 권리를 보유하고 라이선스를 통해 수익화할 수 있도록 허용한 미국 기술사업화의 핵심 제도다. 이번 보고서는 그 제도가 45년 가까이 유지된 현재, 실제 현장에서 기술이전이 얼마나 작동하고 있는지를 숫자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GAO에 따르면 2020~2024 회계연도 동안 연방 정부 자금 수혜자들이 창출한 발명 가운데 대다수는 권리를 유지했지만, 약 21%는 권리를 포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큰 이유는 명확했다. ‘상업화 가능성이 낮다’는 판단이다. 즉, 기술적 성취 자체가 아니라 시장성 부족이 권리 포기의 핵심 요인이라는 뜻이다. 이는 특허가 등록 가능성만으로 가치가 결정되지 않으며, 실제 수익화 가능성이 권리 유지 여부를 좌우한다는 냉정한 현실을 보여준다.

 

수혜자 유형별 차이도 주목된다. 대규모 영리기관의 권리 포기 비율은 28%로 가장 높았고, 비영리기관은 23%, 주정부 기관은 20%였다. 반면 소규모 영리기업은 8%로 가장 낮았다. 이는 대기업일수록 사업성 기준이 더 엄격하거나 선택과 집중 전략이 강하게 작동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반대로 중소기업은 상대적으로 적은 기술이라도 적극적으로 권리화해 성장 자산으로 활용하려는 경향이 강한 것으로 해석된다. 다시 말해 기술사업화에서 ‘규모’보다 ‘절박성’이 권리 전략에 더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미다.

 

보고서는 또 하나의 구조적 문제로 연방기관별 발명 공개 절차의 불일치를 지적했다. 자금 수혜자들은 발명 공개 요건 자체보다 기관마다 상이한 제출 방식과 기준 때문에 행정 부담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의 iEdison 시스템이 온라인 공개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으나, 정보 입력의 유연성이 오히려 무엇을 어떻게 제출해야 하는지에 대한 혼선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부 담당자 역시 제출 형식 편차가 커 검토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2026년 3월 NIST가 새로운 표준 양식을 공개한 것은 단순한 행정 개선이 아니라, 미국식 기술이전 시스템이 ‘발명’에서 ‘사업화’로 이어지는 과정의 병목을 줄이기 위한 구조 개편으로 볼 수 있다. 결국 기술이전의 핵심은 발명 자체보다, 권리 확보·공개·라이선스·시장 진입까지 이어지는 프로세스의 효율성에 달려 있다는 점이 다시 확인된 셈이다.

 

이번 보고서는 한국에도 중요한 메시지를 던진다. 정부 R&D 예산이 대규모로 투입되는 한국 역시 특허 건수 자체보다 실제 사업화 성공률, 권리 유지율, 시장 이전율을 더 정교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단순히 출원·등록 숫자를 늘리는 방식으로는 국가 연구개발 투자의 경제적 효과를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다. 미국 사례는 결국 ‘정부 지원 기술’의 진짜 평가는 연구 종료 시점이 아니라 시장 진입 이후라는 점을 보여준다.

 

바이돌법의 본질은 정부가 기술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민간이 기술을 시장에서 살아남게 만드는 구조를 설계하는 데 있다. 이번 GAO 보고서는 기술정책의 성패가 연구비 규모보다 ‘상업화 선택률’과 ‘시장 연결성’에 달려 있음을 분명히 했다. 특허는 권리이지만, 사업화되지 않으면 여전히 종이 위 숫자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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