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반도체 설계 공식 뒤집었다"... UNIST, 펜타센 ‘분자 골격 자체’ 재설계하는 반복합성법 세계 첫 구현곁가지 조절 넘어 보론-산소 결합으로 분자 뼈대 직접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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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번 연구에서 개발한 반복 합성 전략의 모식도 / (a) 커플링 반응과 아이오딘화 반응으로 이루어진 2단계 반복 합성 (b) 단방향 반복 합성을 이용한 BO-펜타센 합성 (c) 양방향 반복 합성을 이용한 anti-BO-펜타센 및 syn-BO-펜타센 합성(그림 및 설명=UNIST) © 특허뉴스 |
실리콘 반도체를 넘어 유연 디스플레이, 차세대 센서, 광전자소자의 핵심 소재로 주목받는 유기반도체 분야에서 분자 설계의 근본 공식을 뒤집는 연구가 나왔다. UNIST 연구진이 유기반도체 대표 물질인 펜타센(pentacene)의 외곽 구조를 수정하는 수준을 넘어, 분자 골격 자체에 보론-산소 결합을 반복적으로 삽입하는 새로운 합성법을 개발하면서 원하는 길이·배열·광특성을 정밀 설계할 수 있는 차세대 분자설계 플랫폼 가능성을 열었다.
UNIST 화학과 박영석·민승규 교수팀은 벤젠고리 5개가 선형으로 연결된 펜타센 골격 가장자리에 보론(B)과 산소(O) 결합을 연속적으로 삽입할 수 있는 반복 합성법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의 핵심은 기존 유기반도체 개발 방식이 주로 탄소 기반 분자 골격 외부에 작용기나 곁가지를 부착해 특성을 조절하는 방식이었다면, 이번에는 분자의 ‘뼈대’ 자체를 직접 재구성했다는 점이다. 즉, 유기반도체 설계가 표면 튜닝에서 구조 재설계 단계로 진입한 셈이다.
유기반도체는 가볍고 유연하며 용액 공정이 가능해 휘어지는 디스플레이, 웨어러블 센서, 차세대 태양전지 등에서 실리콘을 보완하거나 대체할 핵심 소재로 평가된다. 하지만 분자 골격 내부에 원하는 원소를 정밀하게 삽입하는 것은 화학적으로 매우 어렵기 때문에, 그동안 구조 설계 자유도에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아이오딘화 반응과 보론 시약 결합, 고리 닫힘 반응을 하나의 사이클로 설계하고 이를 반복 적용하는 방식의 합성 경로를 구축했다. 이 방식은 벤젠고리를 단계적으로 확장하면서 특정 위치에 보론-산소 결합을 연속 삽입할 수 있도록 한다. 쉽게 말해, 분자 길이를 늘리면서 동시에 골격 내부 구조까지 원하는 방식으로 설계할 수 있는 ‘모듈형 분자 조립법’이다.
이번 연구를 통해 합성된 세 종류의 펜타센 유도체는 보론-산소 결합 배열에 따라 서로 다른 광학 특성을 나타냈다. 각 물질은 흡수·방출하는 빛의 파장이 달랐고, 형광 양자수율은 모두 0.70 이상을 기록했다. 형광 양자수율은 흡수한 빛을 다시 빛으로 변환하는 효율을 의미하는데, 0.70 이상의 수치는 고성능 발광 소재로서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이는 해당 소재가 OLED 계열 발광소자, 형광센서, 광전자소자 등 고효율 광기반 산업에 활용될 가능성을 보여준다.
특히 이번 성과는 단일 소재 개발에 그치지 않는다. 반복 합성을 통해 분자 길이와 배열을 조절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특정 기능에 맞춰 유기반도체를 ‘맞춤형 설계’하는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이는 반도체 소재 개발이 경험적 조합에서 구조 기반 정밀설계로 이동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산업적 파급력도 크다. 현재 유기반도체 시장은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웨어러블 의료기기, 차세대 광센서, 저전력 전자소자 등으로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소재의 발광 효율, 안정성, 구조 제어 능력은 상용화 경쟁력의 핵심 변수다. UNIST의 이번 기술은 이러한 요구에 대응할 수 있는 분자 구조 설계 자유도를 획기적으로 넓혔다는 점에서 차세대 유기전자 산업 기반기술로 평가될 수 있다.
박영석 교수는 "이번 연구가 연속적 보론-산소 결합을 갖는 새로운 아센 유도체를 단계적으로 설계할 수 있는 방법론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유기반도체 화학의 다양성과 설계 가능성을 크게 확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이번 연구는 유기반도체 개발이 ‘어떤 물질을 찾느냐’에서 ‘원하는 구조를 어떻게 설계하느냐’의 시대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실리콘 이후 차세대 반도체 경쟁에서 소재의 미래는 단순 성능 향상이 아니라, 분자 골격 자체를 얼마나 정밀하게 설계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UNIST가 제시한 이번 반복합성법은 그 미래 설계도의 시작점이 될 수 있다.
연구 결과는 화학 분야 권위 국제학술지인 앙게반테케미(Angewandte Chemie International Edition)에 4월 16일 온라인 게재됐고, 논문명은 Iterative Synthesis of Pentacene Derivatives with Continuous Boron–Oxygen Bonds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