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적응이 집값부터 올렸다"... KAIST, 도시를 살린 녹지가 원주민 밀어내는 ‘기후 불평등 역설’ 첫 규명

아프리카 32개국 20년 추적... 녹지·수공간 확충 후 주택가격 13% 상승
기후정책이 회복력과 함께 젠트리피케이션 압력 키울 수 있음을 대륙 규모로 입증

염현철 기자 | 기사입력 2026/05/18 [12:07]

"기후적응이 집값부터 올렸다"... KAIST, 도시를 살린 녹지가 원주민 밀어내는 ‘기후 불평등 역설’ 첫 규명

아프리카 32개국 20년 추적... 녹지·수공간 확충 후 주택가격 13% 상승
기후정책이 회복력과 함께 젠트리피케이션 압력 키울 수 있음을 대륙 규모로 입증

염현철 기자 | 입력 : 2026/05/18 [12:07]

▲ 도시별 그린-블루 적응 지수와 젠트리피케이션 지수의 연평균 변화율 / 2005년부터 2024년까지 각 도시의 그린-블루 적응 지수와 젠트리피케이션 지수의 전년 대비 연간 변화율을 산출해 비교한 그림. 기후적응 인프라 확대와 사회경제적 변화가 시계열적으로 어떻게 맞물리는지 보여준다.(그림 및 설명=KAIST)  © 특허뉴스

 

기후위기 시대 도시를 보호하기 위한 대표 정책으로 꼽히는 공원 조성, 습지 복원, 녹지·수공간 확대가 예상치 못한 사회경제적 역효과를 동반할 수 있다는 대규모 실증 연구 결과가 나왔다. KAIST 연구진이 국제 공동연구를 통해 기후적응 정책이 도시 회복력을 높이는 동시에 주택가격 상승과 인구 유입을 촉진해 기존 취약계층의 거주 불안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기후적응의 역설’을 규명하면서, 기후정책의 초점이 단순 인프라 확충에서 분배와 주거 안정까지 확장돼야 한다는 새로운 정책 과제를 제시했다.

 

KAIST AI미래학과 김승겸 교수 연구팀은 북경대, 뉴욕상하이대 연구진과 함께 아프리카 32개국 221개 도시권, 5,503개 행정단위를 대상으로 2005년부터 2024년까지 20년간 변화를 추적 분석한 결과, 녹지와 수공간을 활용한 ‘그린-블루 적응(Green-Blue Adaptation)’이 환경 개선 효과와 함께 구조적 젠트리피케이션 압력을 유발할 수 있음을 실증적으로 확인했다. 이번 연구는 기후적응과 젠트리피케이션 간 인과관계를 아프리카 전역 규모에서 규명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연구팀은 위성영상 데이터와 사회·경제 지표를 결합하고, 정책 시행 전후 효과를 비교하는 이중차분법(Difference-in-Differences)을 적용해 기후적응 정책이 실제 도시 변화에 미친 영향을 정밀 분석했다. 그 결과, 기후적응 시설이 조성된 지역은 그렇지 않은 지역보다 종합 젠트리피케이션 지수가 평균 약 41%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주택가격은 약 13% 상승했고, 외부 인구 유입도 유의미하게 증가했다.

 

이는 폭염·홍수 대응과 도시 회복력 강화를 위해 도입된 녹지·수공간 기반 정책이 결과적으로 해당 지역의 가치 상승을 유도하고, 더 높은 소득 계층이나 신규 유입층을 끌어들이면서 기존 주민에게는 주거비 부담 증가와 생활 기반 약화를 초래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다시 말해 기후정책이 환경 측면에서는 성공할 수 있지만, 사회적 형평성 측면에서는 또 다른 불평등 구조를 만들 수 있다는 뜻이다.

 

이번 연구가 중요한 이유는 기후적응 정책을 더 이상 ‘환경 개선’만의 문제로 볼 수 없게 만들었다는 점이다. 기존에는 녹지 확충, 도시공원, 수변공간 조성이 기후 리스크를 줄이는 대표적 해법으로 평가됐지만, 이번 분석은 그러한 정책 효과가 토지 가치 상승과 주거 재편을 동반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즉, 기후적응은 도시를 더 안전하게 만드는 동시에, 누구를 그 도시 안에 남게 할 것인가라는 분배 구조의 문제와 직결된다.

 

연구팀은 이에 따라 향후 기후정책이 단순 인프라 중심 접근을 넘어 토지 소유권 보호, 공공주택 공급, 개발이익 환수, 재정착 지원 등 주거 안정 장치를 함께 포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기후위기 대응이 물리적 방어시설 구축만으로 완성되지 않으며, 정책 혜택이 특정 계층에만 집중되지 않도록 사회적 안전장치를 병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에도 시사점은 적지 않다. 도시숲, 수변 개발, 스마트 그린시티, 탄소중립형 도시재생 등 기후적응형 도시정책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환경 개선이 곧바로 사회적 공정성으로 이어진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을 이번 연구는 보여준다. 기후정책이 성공하려면 회복력뿐 아니라 주거권과 공동체 유지까지 함께 설계돼야 한다는 의미다.

 

김승겸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기후정책이 도시 안전을 강화하는 동시에 집값 상승과 인구 이동을 통해 기존 주민의 주거 불안을 확대할 수 있다"고 설명하며, "미래 기후정책은 환경 개선과 취약계층 보호를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이번 연구는 기후위기 시대 도시정책의 기준을 다시 묻는다. 녹지와 수공간은 도시를 더 시원하고 안전하게 만들 수 있지만, 그 혜택이 누구에게 돌아가고 누가 그 비용을 떠안는가에 따라 정책의 정의는 달라질 수 있다. KAIST 연구진이 밝힌 ‘기후적응의 역설’은 기후정책이 이제 생존의 문제를 넘어, 형평성과 정의의 문제로 진입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 연구에는 KAIST 녹색성장지속가능대학원 조혜민 박사과정생, 북경대 우롱펑(Longfeng Wu) 교수, 뉴욕상하이대학 관청허(ChengHe Guan) 교수가 참여했으며,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시티즈(Nature Cities)에 4월 13일 게재됐다.

 

논문명은 The gentrification paradox of green-blue adaptation in African cities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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