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면 약해진다"는 상식 뒤집었다... UNIST, 구부릴수록 빛 3배 강해지는 ‘반전 광반도체’ 개발

굽힘이 성능 저하 아닌 신호 증폭으로... 초박막 이차원 반도체, 웨어러블·유연센서 판 바꿀 ‘빛 증폭 스위치’ 열었다

염현철 기자 | 기사입력 2026/05/17 [18:24]

"휘면 약해진다"는 상식 뒤집었다... UNIST, 구부릴수록 빛 3배 강해지는 ‘반전 광반도체’ 개발

굽힘이 성능 저하 아닌 신호 증폭으로... 초박막 이차원 반도체, 웨어러블·유연센서 판 바꿀 ‘빛 증폭 스위치’ 열었다

염현철 기자 | 입력 : 2026/05/17 [18:24]

▲ 굽힘으로 빛 신호를 키우는 유연 광 변환소자(그림 및 설명=UNIST)  © 특허뉴스

 

전자·광소자는 구부러질수록 약해진다는 기존 상식이 뒤집혔다. 국내 연구진이 오히려 ‘구부릴수록 더 강해지는’ 초박막 광소자를 개발하며, 유연 전자기기와 웨어러블 광학센서 시장의 기술 패러다임 전환 가능성을 제시했다. UNIST와 아주대 공동연구팀이 개발한 이번 소자는 단순한 유연성 확보를 넘어, 물리적 변형 자체를 성능 강화 메커니즘으로 활용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즉, ‘휘어도 작동하는 소자’가 아니라 ‘휘면 더 강해지는 소자’라는 새로운 개념이다.

 

UNIST 물리학과 박형렬·남궁선 교수팀과 아주대 안영환 교수팀은 이황화몰리브덴(MoS₂) 기반 초박막 광 변환 소자 구조에 나노미터급 미세 틈(gap)을 설계해, 굽힘에 따라 빛 신호를 능동적으로 증폭시키는 기술을 구현했다. 이 소자는 800나노미터 파장의 빛을 절반 파장인 400나노미터 제2고조파(second harmonic generation) 신호로 변환하는데, 안쪽으로 구부려 약 1.2% 압축 변형을 가했을 때 기존 대비 신호가 약 3배 증가했다. 단순 유지가 아니라 성능 강화다.

 

핵심은 구조 설계다. 연구팀은 유연 기판 위 금속 박막 사이에 약 20나노미터 크기의 초미세 틈을 형성하고, 그 위에 이황화몰리브덴을 배치했다. 평상시에도 이 틈은 빛을 집중시키는 역할을 하지만, 소자가 안쪽으로 구부러질 경우 틈 간격이 더 좁아지면서 전기장이 더욱 강하게 집속된다. 그 결과 빛-물질 상호작용이 강화돼 광 변환 효율이 급상승한다. 다시 말해 ‘굽힘’이 단순 기계적 스트레스가 아니라 광신호 증폭 트리거로 작동하는 것이다.

 

이 구조는 내구성 측면에서도 혁신적이다. 기존 초박막 반도체는 변형 시 쉽게 손상돼 성능이 떨어졌지만, 이번 구조는 나노 틈이 외부 힘을 분산시키며 민감한 소재를 보호한다. 실제 반복 실험에서 190회 이상 굽힘 후에도 초기 신호의 95% 이상을 유지했다. 이는 웨어러블 기기, 피부 부착형 센서, 플렉서블 광학기기 등 반복 변형 환경에서도 실사용 가능성을 보여주는 수치다.

 

연구진에 따르면 실제 나노 틈 영역 기준 광 증폭 효과는 평평한 금속 박막 대비 약 8,000배 이상에 달했다. 이는 단순 재료 특성 개선이 아니라 구조 기반 광학 증강 기술의 잠재력을 보여준다. 특히 기존 광 변환 기술이 두꺼운 결정이나 부피 큰 광학 매질에 의존했던 것과 달리, 이번 기술은 초박막·초소형 구조에서 구현됐다는 점에서 차세대 소형화 경쟁력도 높다.

 

산업적 파급력은 상당하다. 우선 굽힘 상태에 따라 광신호가 달라지는 특성은 차세대 변형 감지 센서(strain sensor)로 직결될 수 있다. 즉, 단순히 전기를 읽는 센서를 넘어 빛 신호 기반으로 압력·움직임·변형을 정밀 측정하는 초고감도 웨어러블 센서 플랫폼이 가능해진다. 또한 다양한 2차원 반도체 물질의 변형 기반 물성 연구 도구로도 활용될 수 있어, 기초과학과 산업기술 양측에서 모두 가치가 높다.

 

이번 연구는 ‘유연성=내구성 확보’라는 기존 접근을 넘어 ‘유연성=성능 제어’라는 새로운 기술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휘어지는 디스플레이, 스마트 의료기기, 로봇 피부, 차세대 광컴퓨팅까지… 미래 전자·광기기의 경쟁력은 얼마나 얇고 유연한가를 넘어, 변형 자체를 얼마나 기능화할 수 있는가로 이동할 가능성이 커졌다.

 

박형렬 교수는 “유연 광소자나 굽힘 상태에 따라 신호가 강해지거나 약해지는 변형을 신호로 읽어내는 센서 개발에 응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이어 “변형에 따른 빛의 변화를 정밀하게 관측할 수 있어, 다양한 초박막 물질에서 나타나는 변형(strain) 기반 물성 변화를 연구하는 연구 도구로도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게재된 이번 성과는 결국 초박막 반도체 기술이 단순 소형화를 넘어 ‘기계적 움직임을 성능으로 바꾸는 시대’로 진입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구부러지면 약해지는 것이 아니라, 더 강해진다. 한국 연구진이 유연 광반도체의 새로운 공식을 다시 썼다.

 

논문명은 Reconfigurable second harmonic generation via plasmonic nanoslits counteracting strain-induced suppression in monolayer MoS₂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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