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 흔들리자 CPTPP가 뜬다"... 새 글로벌 IP 질서 재편, 한국도 ‘특허·바이오·영업비밀’ 제도 전면 점검할 때

TRIPS·한미 FTA 넘어선 초고강도 지식재산 규범 부상
CPTPP 가입 검토 본격화 속 한국형 IP 제도 정합성·산업 보호 전략 재설계 시급
KIIP, CPTPP 지식재산 이슈 분석 보고서 발간

이성용 기자 | 기사입력 2026/05/15 [00:42]

"WTO 흔들리자 CPTPP가 뜬다"... 새 글로벌 IP 질서 재편, 한국도 ‘특허·바이오·영업비밀’ 제도 전면 점검할 때

TRIPS·한미 FTA 넘어선 초고강도 지식재산 규범 부상
CPTPP 가입 검토 본격화 속 한국형 IP 제도 정합성·산업 보호 전략 재설계 시급
KIIP, CPTPP 지식재산 이슈 분석 보고서 발간

이성용 기자 | 입력 : 2026/05/15 [00:42]

▲ 출처=생성형 AI 이미지  © 특허뉴스

 

글로벌 통상 질서의 중심축이 흔들리고 있다. 지난 3월 29일 폐막한 세계무역기구(WTO) 개혁 협상이 뚜렷한 결론 없이 지연되면서, 기존 다자무역체제의 규범 조정 기능이 약화되는 사이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이 새로운 국제 통상·지식재산 질서의 핵심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단순한 시장 개방 협정을 넘어, 특허·바이오의약품·상표·영업비밀 보호 수준까지 포괄하는 고강도 지식재산(IP) 규범 체계라는 점에서 한국 산업계와 정책당국의 전략적 대응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한국지식재산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CPTPP 지식재산 이슈 분석 보고서는 이러한 변화가 단순한 통상 확대가 아니라, 사실상 ‘차세대 글로벌 IP 스탠다드’ 형성 과정일 수 있다고 진단한다. 2018년 11개국 체제로 출범한 CPTPP는 2023년 영국 가입 이후 경제·지정학적 외연을 확대하며 영향력을 강화하고 있으며, 유럽연합(EU)과의 협력 확대 움직임까지 더해지며 글로벌 규범 설계력 자체를 키우고 있다.

 

우리 정부 역시 2025년 말 CPTPP 가입 추진계획을 공식화하며 재검토에 착수한 상황이다. 문제는 가입 여부 자체보다, 가입 시 한국의 현행 지식재산 제도가 어느 수준까지 조정돼야 하느냐다. 보고서에 따르면 CPTPP는 WTO의 TRIPS 협정이나 일부 기존 자유무역협정 수준을 넘어서는 규범을 포함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무역 관세 문제가 아니라, 기술 보호·제약 산업·브랜드 보호·형사 처벌 체계까지 연결되는 구조적 문제다.

 

주요 이슈는 ▲신규 바이오의약품 보호 ▲상표 위조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영업비밀 침해에 대한 형사처벌 규정 등이 있다. 

 

CPTPP는 신규 바이오의약품 데이터 보호와 관련해 기존보다 강한 규범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으며, 이는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 경쟁력, 복제약 시장 구조, 공공 보건 정책과 직접 연결될 수 있다. 현재 일부 조항은 유예 상태지만, 향후 효력 변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선제적 분석이 요구된다.

 

또 다른 핵심은 상표 위조와 영업비밀 보호다. CPTPP는 상표 위조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영업비밀 침해 형사처벌 등 보다 강한 집행 체계를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이는 K-브랜드 글로벌화가 가속화되는 한국 입장에서는 브랜드 보호 강화 측면의 기회가 될 수 있지만, 동시에 국내 기업의 법적 리스크와 제도 조정 부담도 커질 수 있다.

 

한국은 이미 한미 FTA 체결 과정에서 상당수 IP 규범을 선제적으로 수용해 왔다. 특허법, 상표법, 집행체계 측면에서 CPTPP와 상당 부분 정합성을 확보한 영역도 적지 않다. 그러나 농화학 데이터 보호, 일부 바이오의약품 보호, 특정 집행 수준 등에서는 여전히 제도적 공백 가능성이 존재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바이오의약품 보호 등 일부 조항이 현재 유예(효력 정지) 상태에 있어 즉각적인 제도 개선은 요구되지 않으나, 향후 규범 변화 가능성을 고려해 지속적인 모니터링 및 선제적 대비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된다. 

 

즉, 한국은 ‘완전히 새로운 규범 충격’보다 ‘부분적 제도 격차와 산업 영향’ 관리가 핵심 과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이 격차가 바이오·농업·브랜드·디지털 경제와 연결될 경우 산업별 이해관계는 결코 단순하지 않다.

 

더 중요한 점은 CPTPP가 단순한 협정이 아니라, 글로벌 공급망과 기술 패권 경쟁 속에서 ‘규범 선점 플랫폼’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미국 중심 질서, EU 규제 질서와 별도로 아시아·태평양 기반 규범 블록이 강화될 경우, 한국은 수출·기술·IP 전략에서 다층적 기준 대응 능력을 요구받게 된다.

 

이는 지식재산 정책의 초점도 바꾼다. 과거에는 국내 권리 확보와 개별 FTA 대응이 중심이었다면, 앞으로는 복수 글로벌 규범 체계 간 정합성 확보와 산업별 리스크 관리가 중요해진다. 다시 말해 지식재산처·산업부·복지부·외교부 차원의 통합적 IP 통상 전략이 필요해질 수 있다는 의미다.

 

보고서를 작성한 김아린 연구원은 “CPTPP는 기존 FTA를 상회하는 강력한 지식재산 규범을 포함하고 있어 현행 법제와의 정합성 분석을 통해 규범 격차를 식별하고, 우리 제도의 정비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라며, “CPTPP가 글로벌 지식재산 표준을 재정립할 핵심 축으로 부상한 만큼, 가입 검토 단계에서부터 국익 극대화를 위한 선제적 대응 로드맵을 구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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