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칩만으론 못 지킨다"... 지재처, 반도체 장비·부품 ‘IP 방어망’ 본격 구축특허분쟁·기술유출 빈발 속 제조장비‧부품 IP 협의체 출범(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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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출처=생성형 AI 이미지 © 특허뉴스 |
글로벌 반도체 패권 경쟁의 승부처가 이제 ‘칩 생산’에서 ‘칩을 가능하게 하는 장비·부품’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미세공정 경쟁이 심화될수록 제조장비와 핵심 부품은 단순 공급망 요소가 아니라, 기술 주권과 산업 안보를 좌우하는 전략 자산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식재산처가 반도체 제조장비·부품(소부장) 분야를 겨냥한 지식재산(IP) 협력 체계를 공식 출범시키며, K-반도체 초격차 전략의 무게중심을 ‘소부장 IP 경쟁력’으로 확장하고 나섰다.
지식재산처는 5월 13일 정부대전청사에서 산업계·연구계 전문가들과 함께 ‘반도체 제조장비‧부품 지식재산(IP) 협의체’를 출범하고, 관련 기업들과 첫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번 협의체는 최근 반도체 장비·부품 분야에서 특허분쟁과 기술유출 사례가 잇따르는 상황에서, 국내 기업이 지식재산을 기반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기 위해 마련됐다.
반도체 산업에서 장비·부품은 완성품 못지않게 중요하다. 노광, 식각, 증착, 검사, 패키징 등 반도체 생산 전 과정에서 장비·부품 기술은 공정 수율과 기술 격차를 결정짓는 핵심 요소다. 특히 글로벌 시장에서는 첨단 장비 분야를 둘러싼 특허 장벽과 기술 봉쇄가 강화되고 있어, 후발 또는 추격 기업이 단순 기술 확보만으로 시장에 진입하기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이 때문에 장비·부품 산업의 경쟁력은 ‘기술 개발’ 자체보다, 그 기술을 얼마나 강한 특허로 보호하고 분쟁에 대비할 수 있느냐에 따라 좌우된다. 실제 최근 국내외에서는 반도체 제조장비 관련 특허침해 소송과 핵심 기술인력 유출 문제가 빈번히 제기되며, 산업계 전반에서 기술 보호 체계 고도화 요구가 커지고 있다.
이번 협의체에는 원익IPS, 주성엔지니어링, 제스코 등 주요 반도체 제조장비·부품 기업 15개사와 한국기계연구원 등 총 17개 기업·기관이 참여한다. 이는 단순한 간담회 수준을 넘어, 산업 현장의 실제 애로와 분쟁 리스크를 반영한 ‘현장형 IP 정책 플랫폼’ 성격이 강하다.
![]() ▲ 지식재산처 김희태 반도체심사추진단장(앞줄 왼쪽 8번째)이 참석자들과 간담회를 마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지재처) © 특허뉴스 |
지식재산처는 이번 협의체를 통해 반도체 분야 지원 정책 소개는 물론, 특허분쟁 사례와 기술유출 동향 공유, 기업 의견 수렴, 특허동향 분석, 현장 방문형 신기술 교육 등 보다 입체적인 지원 구조를 운영할 계획이다. 즉, 출원 지원 중심의 기존 접근을 넘어, 기술 보호·분쟁 대응·정보 활용까지 연결하는 전주기형 지식재산 전략 체계로 확장하겠다는 의미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반도체 산업 경쟁의 핵심 축이 완성품 기업에서 생태계 전반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메모리·파운드리 경쟁력만으로는 초격차를 유지하기 어렵고, 장비·소재·부품까지 포함한 공급망 전체가 강한 IP 구조를 갖춰야 지속 가능한 경쟁력이 완성된다.
이는 미국·일본·유럽 등 주요 기술 선도국이 반도체 공급망을 국가 전략 차원에서 재편하는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첨단 장비 특허와 공정 기술은 단순한 기업 자산이 아니라, 국가 산업 경쟁력의 핵심 인프라가 되고 있다. 한국 역시 소부장 분야에서 독자 기술과 특허 경쟁력을 강화하지 못하면 글로벌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구조적 취약성에 직면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협의체 출범은 결국 K-반도체 전략의 방향이 보다 정교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기술 개발과 생산 능력 확대를 넘어, 장비·부품 분야의 권리화·분쟁 대응·기술 보호 역량까지 함께 끌어올려야 진정한 산업 생태계 초격차가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김희태 반도체심사추진단장은 “반도체 장비·부품 기업과 긴밀히 소통해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IP 정책을 도출하고, 기술 보호와 분쟁 대응 역량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결국 반도체 경쟁의 본질은 더 이상 칩만 잘 만드는 데 있지 않다.
그 칩을 가능하게 하는 장비와 부품, 그리고 그 기술을 얼마나 강하게 지식재산으로 무장했는가가 진짜 승부를 가른다.
K-반도체 초격차의 다음 단계는 생산라인이 아니라, 소부장 특허 생태계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