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P 책임 어디까지인가"... 美 대법원, 저작권 간접침해 ‘엄격 기준’ 제시

Cox 무책임 판결로 ‘고의성·유도 입증’ 핵심 쟁점 부상... 글로벌 플랫폼 규제 논쟁 재점화

이성용 기자 | 기사입력 2026/04/20 [16:28]

"ISP 책임 어디까지인가"... 美 대법원, 저작권 간접침해 ‘엄격 기준’ 제시

Cox 무책임 판결로 ‘고의성·유도 입증’ 핵심 쟁점 부상... 글로벌 플랫폼 규제 논쟁 재점화

이성용 기자 | 입력 : 2026/04/20 [16:28]

▲ 출처=생성형 AI 이미지  © 특허뉴스

 

미국 연방대법원이 인터넷서비스제공자(ISP)의 저작권 간접침해 책임 범위를 둘러싼 핵심 기준을 다시 정립했다. 단순히 이용자의 침해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사정만으로는 책임을 물을 수 없으며, ‘침해 유도 의도’가 명확히 입증돼야 한다는 판단이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지난 3월 25일, 소니 뮤직 엔터테인먼트(Sony Music Entertainment)가 제기한 상고심에서 인터넷서비스제공자 콕스 커뮤니케이션즈(Cox Communications)에 대해 이용자의 저작권 침해에 대한 간접침해 책임이 없다고 판결하고, 하급심 판단을 뒤집어 사건을 파기 환송했다.

 

이번 사건은 ISP가 이용자의 불법 P2P 파일 공유를 알고도 서비스를 지속 제공한 경우, 이를 ‘기여 침해(contributory infringement)’로 볼 수 있는지가 핵심 쟁점이었다.

 

앞서 2019년 미국 버지니아 동부지방법원 배심원단은 Cox가 침해 사실을 인지하고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판단해, 기여 침해 및 대위 침해를 모두 인정하고 약 10억 달러에 달하는 손해배상을 명령했다. 이후 2024년 제4순회 연방항소법원은 기여 침해 책임은 유지하면서도, 대위 침해는 금전적 이익 요건 부족을 이유로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연방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일부 이용자의 침해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점만으로는 간접침해에 필요한 ‘고의(intent)’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명확히 선을 그었다.

 

특히 대법원은 기여 침해 성립을 위해서는 단순 인지를 넘어 ▲침해를 적극적으로 유도하거나 ▲침해를 조장하는 행위가 존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Cox가 이용자의 침해를 유도하거나 조장했다는 증거가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는 점이 핵심 판단 근거로 작용했다.

 

또한 Cox의 인터넷 서비스가 저작권 침해 외에도 정상적이고 상업적으로 의미 있는 다양한 비침해적 용도를 가지고 있다는 점도 중요한 판단 요소로 작용했다. 이는 특정 서비스가 합법적 활용 가능성을 충분히 갖고 있는 경우, 그 자체만으로 침해 기여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기존 판례 원칙을 재확인한 것이다.

 

미국 법체계에서 간접침해는 크게 ‘기여 침해’와 ‘대위 침해’로 구분된다. 기여 침해는 타인의 침해를 인지하면서도 이를 실질적으로 돕거나 수단을 제공한 경우 성립하며, 대위 침해는 침해를 통제할 수 있는 위치에서 직접적인 경제적 이익을 얻었을 때 인정된다.

 

이번 판결은 이 가운데 기여 침해의 성립 요건을 더욱 엄격하게 해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업계에서는 이번 판결이 글로벌 플랫폼 기업과 콘텐츠 권리자 간의 책임 경계를 다시 설정하는 기준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AI, 클라우드, 플랫폼 서비스 등 이용자 기반 서비스가 확대되는 환경에서, 서비스 제공자의 책임 범위를 둘러싼 법적 논쟁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결과적으로 이번 판결은 “인지”만으로는 부족하고 “의도와 유도”가 입증돼야 책임이 성립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디지털 환경에서의 저작권 책임 구조에 중요한 기준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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