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 걸렸을 때 술이 더 위험한 이유"... UNIST, 간 손상 ‘숨은 기전’ 밝혀

알코올+염증 결합 시 면역 오작동... 간세포 사멸 유도 원리 규명

박진석 기자 | 기사입력 2026/04/20 [14:11]

"독감 걸렸을 때 술이 더 위험한 이유"... UNIST, 간 손상 ‘숨은 기전’ 밝혀

알코올+염증 결합 시 면역 오작동... 간세포 사멸 유도 원리 규명

박진석 기자 | 입력 : 2026/04/20 [14:11]

▲ 인터페론과 알코올이 ZBP1을 통해 세포 사멸을 유도하는 과정 / 바이러스 감염이나 면역 반응으로 인터페론이 분비된 상황에서 알코올을 섭취하면 두 요소가 JNK 신호 경로를 활성화시켜 세포 내 Z-RNA 형성을 증가시킨다. 형성된 Z-RNA는 면역 센서 단백질인 ZBP1과 결합해 세포 사멸 반응을 유발한다. 알코올은 평상시 Z-RNA를 통제하는 ADAR1 단백질의 생성도 저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그림 및 설명=UNIST)  © 특허뉴스

 

감기나 독감 등으로 몸에 염증이 생긴 상태에서 술을 마시면 왜 간이 더 크게 손상되는지에 대한 과학적 이유가 규명됐다. 단순한 알코올 독성을 넘어, 면역 반응과 결합된 새로운 간 손상 메커니즘이 확인되면서 향후 치료제 개발의 단서도 제시됐다.

 

UNIST 생명과학과 이상준 교수 연구팀은 서울대학교, 호주국립대학교 연구진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알코올과 염증 반응이 결합될 때 간세포 사멸이 촉진되는 분자 기전을 규명했다고 밝혔다. 해당 연구는 국제학술지 'Science Advances'에 게재됐다.

 

연구에 따르면, 바이러스 감염 등으로 체내 염증이 발생하면 인터페론이라는 면역 물질이 분비된다. 이 상태에서 알코올이 유입되면 세포 내 비정상 RNA인 ‘Z-RNA’가 급격히 증가하게 된다.

 

이 Z-RNA는 면역 센서 단백질인 ‘ZBP1’에 의해 감지되며, 그 결과 간세포 사멸 반응이 촉발된다. 즉, 알코올이 단독으로 간을 손상시키는 것이 아니라, 염증 상황과 결합될 때 면역 시스템이 과도하게 반응해 간세포를 공격하게 되는 것이다.

 

정상적인 경우에는 ‘ADAR1’이라는 단백질이 Z-RNA를 변형하거나 숨겨 면역 시스템의 과잉 반응을 억제한다. 그러나 연구 결과, 알코올은 이 ADAR1의 생성까지 방해해 면역 조절 기능을 약화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동물실험을 통해 이러한 기전을 검증했다. Z-RNA를 감지하는 ZBP1 단백질을 억제하자, 알코올과 염증이 동시에 존재하는 조건에서도 간세포 사멸과 간 손상이 크게 감소했다. 또한 JNK 신호 경로를 차단했을 때도 유사한 보호 효과가 나타났다.

 

특히 이번 연구는 알코올성 간질환뿐 아니라 자가면역 질환 등 다양한 염증 환경에서도 동일한 기전이 작동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상준 교수는 “그동안 알코올 자체의 독성이 간을 손상시키는 것으로 설명되어 왔지만, 실제로는 면역 반응이 결합되며 간세포 사멸을 유도하는 또 다른 경로가 존재함을 밝혀냈다”며 “ZBP1 억제 등 새로운 치료 전략 개발의 기반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일상에서 흔히 간과되던 ‘아플 때 음주’의 위험성을 과학적으로 입증한 동시에, 난치성 알코올성 간질환 치료제 개발에 중요한 전환점을 제시한 성과로 평가된다.

 

논문명은 Innate immune sensing of dietary alcohol ignites inflammation to drive alcohol related disease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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