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70년 난제 풀었다... 토종 ‘광대싸리’ 항암물질 생성 비밀 최초 규명

화학 가설과 단일세포 분석의 융합, 세큐리닌 생합성 경로를 열다

박진석 기자 | 기사입력 2026/02/08 [00:34]

KAIST, 70년 난제 풀었다... 토종 ‘광대싸리’ 항암물질 생성 비밀 최초 규명

화학 가설과 단일세포 분석의 융합, 세큐리닌 생합성 경로를 열다

박진석 기자 | 입력 : 2026/02/08 [00:34]

▲ 세큐리네가 알칼로이드 생합성을 담당하는 잎 세포 내의 대사 경로 모식도 / 광대싸리 잎의 체관부유세포 내에는 세큐리네가 알칼로이드 생합성 유전자(녹색) 뿐만 아니라 생합성 경로를 보조하는 대사경로(보라색)까지 활성화되어 있다.(그림 및 설명=KAIST)  © 특허뉴스

 

식물이 지닌 약효 성분은 오래전부터 인류의 치료 자산이었지만, 그 ‘생성의 순간’은 오랫동안 베일에 가려져 있었다. 국내 연구진이 한반도 자생 약용식물 광대싸리에서 항암 성분 세큐리닌(securinine)이 만들어지는 전 과정을 70년 만에 처음으로 규명하며, 신약 개발과 합성생물학 기반 대량생산의 길을 열었다.

 

KAIST는 생명과학과 김상규 교수와 화학과 한순규 교수 공동 연구팀이 광대싸리에서 세큐리닌 계열 물질이 생성되는 핵심 생합성 경로를 분자 수준에서 규명했다고 밝혔다. 세큐리닌은 1956년 처음 보고된 이후 항암·신경재생 효능으로 주목받아 왔지만, 식물 내 생성 메커니즘은 반세기 넘게 밝혀지지 않았다.

 

광대싸리는 우리 산과 들에서 흔히 자라는 관목으로, 동북아시아에서 전통 약재로 사용돼 왔다. 이 식물에는 130종이 넘는 세큐리닌 유도체가 보고됐으며, 일부는 뇌 전달성이 높고 항암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구조가 복잡한 알칼로이드 특성상, 어떤 효소가 어떤 순서로 작동하는지를 밝히기 어렵다는 점이었다.

 

연구팀은 난제를 풀기 위해 화학적 합성 가설과 단일세포 전사체 분석을 결합했다. 김상규 교수팀은 성남 불곡산 일대의 ‘KAIST 생태림’에서 확보한 광대싸리 시료를 바탕으로 유전체를 정밀 분석하고, 세큐리닌 생성이 활발한 잎 조직을 대상으로 단일세포 수준에서 유전자 발현 지도를 구축했다. 이를 통해 생성에 관여하는 후보 유전자와 세포 유형을 촘촘히 추적했다.

 

동시에 한순규 교수팀은 세큐리닌 직전 단계 물질인 ‘비로신 B’를 규명하고, 이를 실험실에서 합성해 반응 경로를 검증했다. 그 결과 황산전이효소(sulfotransferase)가 비로신 B를 항암 성분 세큐리닌으로 전환하는 결정적 촉매임을 밝혀냈다. 특히 이 효소가 단순한 치환 보조가 아니라 알칼로이드 골격 자체를 바꾸는 역할을 수행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입증했다.

 

이번 성과는 의미가 크다. 첫째, 토종 자생식물에서 유래한 고부가가치 천연물의 생성 로직을 완전 해독했다는 점. 둘째, 해당 경로를 미생물·세포 공장에 이식해 항암 물질을 안정적·지속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합성생물학적 토대를 마련했다는 점이다. 이는 원료 식물의 한계와 수확 변동성을 넘어서는 신약 공급망 혁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는 한국 자생 식물의 잠재력을 분자 수준에서 증명한 성과”라며 “세큐리닌 계열을 시작으로 다양한 천연 항암 물질의 설계·생산·개량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본 연구에는 정성준·강규민 박사후연구원과 김태인 석박통합과정생이 공동 제1저자로 참여했으며, 성과는 국제 저명 학술지 Nature Communications에 1월 23일 게재됐다.

 

논문명은 Chemically guided single-cell transcriptomics reveals sulfotransferase-mediated scaffold remodeling in securinine biosynthesis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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