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세포의 ‘복제 스트레스 관리자’ 제거하자 대장암이 멈췄다

NSMF 억제로 암세포만 노화 유도... 부작용 없는 표적치료 가능성 열려

염현철 기자 | 기사입력 2026/02/08 [00:33]

암세포의 ‘복제 스트레스 관리자’ 제거하자 대장암이 멈췄다

NSMF 억제로 암세포만 노화 유도... 부작용 없는 표적치료 가능성 열려

염현철 기자 | 입력 : 2026/02/08 [00:33]

▲ NSMF에 의한 대장암 세포 복제 스트레스 조절 메커니즘 / 암세포의 복제 스트레스 관리자 NSMF는 암세포 증식과정에 복제 스트레스를 '임계값(Threshold of excessive stress)' 이내로 유지하도록 조절함으로써 암세포가 치명적인 DNA 손상과 노화를 피하면서도 성장에 유리한 유전적 불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게 돕는다.(그림 및 설명=UNIST)   © 특허뉴스

 

대장암 세포가 무한 증식하는 비밀을 쥔 ‘관리자’를 제거하자, 암이 스스로 멈춰 섰다. 국내 연구진이 암세포의 복제 스트레스를 조절하는 핵심 단백질을 표적으로 삼아, 암세포만 선택적으로 영구 노화 상태로 유도하는 전략을 제시했다.

 

UNIST 생명과학과 채영찬 교수 연구팀은 신경계 단백질로 알려졌던 NSMF(N-methyl-D-aspartate receptor synaptonuclear signaling and neuronal migration factor)가 대장암 세포에서 복제 스트레스 관리자로 작동하며 암세포의 생존과 증식을 돕는다는 사실을 규명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NSMF를 억제함으로써 암세포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복제 스트레스를 받게 만들어 세포 분열을 멈추고 영구 노화 상태로 전환시키는 데 성공했다.

 

암세포는 정상 세포보다 훨씬 빠르게 분열하며, 이 과정에서 DNA 복제 속도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 ‘복제 스트레스’가 발생한다. 일정 수준의 스트레스는 돌연변이를 유도해 암의 진화를 돕지만, 임계점을 넘으면 DNA가 파괴돼 세포가 사멸하거나 노화에 빠진다. 연구팀은 대장암 세포가 이 임계점을 넘지 않도록 NSMF를 활용해 스트레스를 정교하게 관리하고 있음을 밝혀냈다.

 

세포 실험에서 NSMF 발현을 억제하자, 대장암 세포는 DNA 복제가 반복적으로 멈추고 이중 가닥 절단 같은 치명적 손상이 누적되며 자발적으로 분열을 중단했다. 동시에 노화 세포에서 나타나는 특이적 분비 물질도 검출돼, 암세포가 영구 노화(senescence) 상태에 들어갔음이 확인됐다.

 

동물실험에서도 효과는 분명했다. 선천적으로 대장암 발생 위험이 높은 쥐에서 NSMF 발현을 억제하자 암 발생 빈도가 감소했고, 암이 생기더라도 성장 속도가 현저히 느려져 생존 기간이 대조군 대비 33.5% 증가했다. 특히 정상 장 조직에서는 유의미한 부작용이 관찰되지 않았다. 정상 세포는 기본적으로 복제 스트레스가 낮아 NSMF에 크게 의존하지 않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이 점이 NSMF의 가장 큰 강점이라고 설명한다. 기존 항암 치료의 최대 난제는 정상 세포 손상에 따른 부작용인데, NSMF는 이미 높은 복제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암세포만을 겨냥할 수 있는 이상적인 표적이라는 것이다. 제1저자인 신경진 박사는 “NSMF를 표적으로 한 치료제는 암세포만 선택적으로 타격하는 표적 항암 전략으로 발전할 잠재력이 크다”고 밝혔다.

 

채영찬 교수는 “뇌 신경 발달 인자로 알려졌던 NSMF가 대장암 세포의 복제 스트레스를 관리한다는 새로운 기능을 처음으로 규명했다”며 “NSMF 저해제가 개발된다면, 암세포가 스스로 늙어 멈추게 만드는 전혀 새로운 항암 치료 패러다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세계적 권위의 학술지 Nucleic Acids Research에 1월 14일 자로 온라인 게재됐다.

 

논문명은 NSMF modulates replication stress to facilitate colorectal cancer progression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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