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션캠 제왕 vs 드론 선구자 GoPro와 DJI, 엇갈린 운명 속 '하늘 나는 카메라' 특허 빅데이터 분석

이성용 기자 | 기사입력 2025/06/24 [03:57]

액션캠 제왕 vs 드론 선구자 GoPro와 DJI, 엇갈린 운명 속 '하늘 나는 카메라' 특허 빅데이터 분석

이성용 기자 | 입력 : 2025/06/24 [03:57]

▲ 고프로 프로토타입과 시제품과 DJI 드론(출처=고프로,DJI)   © 특허뉴스


요즘처럼 숏폼 콘텐츠가 대세인 시대에는 일상의 순간들을 영상으로 기록하는 것이 하나의 즐거움으로 자리 잡았다. 스마트폰으로도 멋진 영상을 찍을 수 있지만, 더욱 뛰어난 화질과 다채로운 연출을 원한다면 역시 액션캠이 제격이다. 그런데 이 '하늘을 나는 카메라' 시장을 두고 두 거대 기업, 고프로(GoPro)와 DJI가 각기 다른 길을 걸으며 치열한 경쟁을 펼쳐왔다. 

 

한때 '액션캠의 대명사'였던 고프로와, 드론 시장을 평정하고 이제 액션캠까지 넘보는 DJI. 이들의 엇갈린 운명 뒤에는 어떤 기술적 선택과 특허 전략이 숨어 있었을까? 워트인텔리전스의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두 회사의 지난 발자취를 특허의 관점에서 면밀히 들여다본다.

 

액션캠의 전설, 고프로(GoPro)... 육지를 넘어 하늘을 꿈꾸다

 

▲ 고프로 프로토타입과 시제품(출처=교프로)  © 특허뉴스


2002년, 서핑을 즐기던 청년 닉 우드먼이 설립한 고프로는 2010년대 중반 본격적으로 영상 시장에 진입하며 '액션캠'이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창조했다. 한때는 액션캠 자체를 '고프로'라고 부를 정도로 독보적인 존재감을 과시하며, 어떤 극한 환경에서도 고품질 영상을 담아내는 믿음직한 카메라로 인정받았다. 세상에 없던 시장을 만들어낸 고프로는 2014년 나스닥 상장에 성공하며 주가가 한때 85달러까지 치솟는 등 전성기를 누렸다.

 

▲ 방송가에 새로운 구도를 만들어준 고프로(출처=워트인텔리전스)  © 특허뉴스


육상에서의 성공에 힘입어 고프로는 "육지 위에서 이토록 성공했으니, 하늘 위에서도 가능하지 않을까?"라는 야심 찬 질문을 던지며 드론 시장에 뛰어들었다. 고프로 카르마(Karma)는 고프로 액션캠을 장착해 하늘에서 액티비티를 촬영할 수 있는 솔루션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카르마는 출시 이후 몇 가지 기술적 문제로 인해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를 낳았고, 이 시점은 또 다른 거인, DJI의 비상과 맞물리게 된다.

 

조용히 떠오르던 별, DJI... 하늘에서 지상으로 시야를 넓히다

 

2007년, 중국의 한 회사에서 쿼드콥터 드론을 만들기 시작했다. 바로 DJI다. 고프로가 액션캠의 아이콘으로 떠오르던 시간 동안, DJI는 고품질 드론을 만드는 회사로 명성을 쌓았고 방송 장비로까지 사용되며 입지를 다졌다. 그리고 2015년, DJI는 누구도 예상치 못한 전략적 행보를 단행했다. 인류 최초의 달 착륙 사진과 비틀즈의 앨범 표지를 장식한 전통 깊은 카메라 브랜드, 핫셀블라드(Hasselblad)를 인수한 것이다.

 

▲ 핫셀블라드 활용한 사진들(출처=워트인텔리전스)  © 특허뉴스

 

DJI가 핫셀블라드를 인수한 이유는 명확했다. DJI가 처음부터 만들고자 했던 것은 단순한 드론이 아니라, '하늘을 나는 카메라'였기 때문이다. 뛰어난 촬영을 위해 드론 기술을 발전시켜왔지만, 초기에는 카메라 기술의 한계로 영상 품질 면에서 아쉬움이 있었다. 이에 DJI는 단순히 드론을 잘 만드는 것에 머물지 않고, 카메라의 본질적인 성능을 강화하기 위해 전통 명가 핫셀블라드의 기술력을 선택한 것이다.

 

▲ 출처=DJI  © 특허뉴스


마침내 2016년, DJI는 소형 접이식 드론 '매빅(Mavic)'을 세상에 공개했다. 뛰어난 카메라 성능, 혁신적인 접이식 디자인, 탁월한 휴대성, 그리고 사용자 친화적인 인터페이스까지 갖춘 DJI 매빅은 단숨에 드론 시장의 게임체인저로 떠오르며 경쟁사들을 압도했다. 매빅 시리즈는 방송 촬영, 영화 제작, 심지어 구조 활동에 이르기까지 DJI가 빠지지 않는 영역이 없을 정도로 성공적인 모델로 자리 잡았다.

 

엇갈린 운명, 특허로 읽는 두 거인의 전략

 

흥미롭게도 고프로는 액션캠에서 드론으로, DJI는 드론에서 액션캠으로 사업을 확장하며 서로 교차하는 길을 걸어왔다. 이들의 기술적 강점과 경쟁력은 무엇이며, 이를 어떻게 특허로 보호하고 있을까? 워트인텔리전스의 'keywert' 시스템을 통해 고프로와 DJI의 미국 특허를 세 구간으로 나누어 분석하며, 두 회사의 특허 전략과 기술 구조, 그리고 제품 생태계 보호 및 경쟁력 유지 방안을 심층적으로 살펴보았다.

 

1구간(2011년 ~ 2015년), 각자의 영역에서 기반을 다지다

 

▲ 좌 :고프로의 1구간 / 우 : DJI의 1구간(2011.1.1 - 2015.12.31)(출처=키워트)  © 특허뉴스


고프로가 처음 특허를 출원하기 시작한 2011년부터 본격적인 액션캠 경쟁이 벌어지기 직전인 2015년까지, 고프로의 특허 키워드는 '압축'과 '마운트'에 집중되어 있다. 고품질 영상 촬영과 용량 효율화에 대한 고민은 물론, 헬맷, 손목, 스트랩, 클램프 등 다양한 마운트 장치 및 위치에 대한 연구는 '어디서 찍어야 잘 찍을 수 있을까?', '어떻게 저장해야 작은 용량에 많이 저장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대한 고프로의 해답이었다. 또한 고객들의 마음에 드는 영상이 잘 찍히고 또 편집하기 수월하도록 촬영되고 있는 영상을 '식별'하는 기능에 대한 고민을 엿볼 수 있다. 이 시기 고프로는 2014년이라는 이른 시기에 4K 30프레임 촬영 및 저장을 성공시키고, 다양한 액세서리 생태계를 구축했으며, 움직임 포착 후 녹화를 시작하는 '딜레이 스타트' 기능 등을 통해 촬영된 영상을 단순한 기록이 아닌 분석 가능한 데이터로 인식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반면, 같은 기간 DJI의 특허는 '드론의 비행'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드론 비행의 규제 및 운용시간과 직결되는  배터리 기술, 비행 자세를 안정시키고 현재 위치를 파악하며 사용자에게 쉽게 복귀할 수 있는 초음파 센서, 자이로 센서 등 비행 안정성과 관련된 기술들이 주로 출원되었다. 이 시기에 확보된 다양한 드론 안정화 기술을 토대로 DJI는 '팬텀' 시리즈를 출시하며 드론 업계의 강자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2구간 (2016년 ~ 2019년), 명암이 엇갈리기 시작하다

 

▲ 좌 :고프로의 2구간 우 : DJI의 2구간 (2016.1.1 ~ 2019.12.31)(출처=키워트)  © 특허뉴스


액션캠 경쟁이 심화되고 고프로가 드론을 출시하며 DJI가 핸드헬드 액션캠 시장에 진입한 2016년부터 2019년까지, 고프로는 여전히 '마운트', '식별', '압축' 등의 키워드를 중요하게 다루면서도 '안정화'와 '해상도' 등 영상 품질 개선에 집중했다. 특히 '하이퍼스무스'라는 전자식 손떨림 방지 기능을 최초로 탑재하며 물리적 짐벌 없이도 흔들리지 않는 영상을 만들어내는 혁신을 선보였다. 그러나 야심 차게 출시한 드론 '카르마'는 배터리 방전 사고, 부족한 비행 안정성 등으로 혹평을 받으며 막대한 적자를 남기고 시장에서 사라졌다. 이는 고프로가 드론 기술력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채 성급하게 시장에 진입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같은 시기 DJI는 핫셀블라드 인수를 통해 확실한 화질과 촬영 기능을 확보하며 기술적 지원을 받게 되었다. '배터리'의 중요성은 더욱 커졌고, '사용자 추적' 기능과 '설정된 경로 기반 비행' 기술이 크게 증가했다. 특히 '방열'과 '온도' 관련 키워드가 새롭게 부상하며 이후 두 회사의 명암을 가르는 중요한 기술적 요소가 될 것임을 암시했다. 이 시기에 DJI는 촬영용뿐만 아니라 산업용/농업용 드론 시장에서도 두각을 나타냈으며, 현재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DJI 매빅' 제품군을 출시하며 시장 지배력을 강화했다.

 

3구간 (2020년 ~ 2024년), DJI의 비상과 고프로의 고군분투

 

▲ 좌 :고프로의 3구간 우 : DJI의 3구간 (2020.1.1 ~ 2024.12.31)(출처=키워트)  © 특허뉴스


2020년 이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액티비티 시장이 크게 위축되면서, 민간용 시장에 집중했던 고프로는 큰 타격을 받았다. 반면 DJI는 산업용·농업용 드론으로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며 재무 구조를 튼튼히 떠받치고 있었다.

 

3구간에서 고프로는 여전히 '안정화'에 집중하며 하이퍼스무스를 발전시키고 영상 품질을 향상시켰지만, '마운트'의 비중은 줄었고 '배터리' 관련 키워드의 비중이 다소 늘어났음에도 '발열', '온도 제어' 등 소비자들이 절실하게 원했던 개선점은 여전히 주요 키워드로 떠오르지 않았다. 드론 사업에 대한 미련을 완전히 접지 못한 듯 '경로', '블레이드', '맵' 같은 키워드들이 남아있는 모습도 엿보였다. 이는 고집스러운 기술 방향성으로 비춰지며 소비자들에게 큰 실망감을 안겼다.

 

반면 DJI는 3구간에서도 '배터리', '추적', '경로' 관련 기술을 꾸준히 발전시켰으며, '방열'과 '온도' 관련 키워드 역시 지속적으로 성장했다. 드론 시장에서 지위를 확고히 하고자 '로터'와 '블레이드' 같은 비행 안정성 기술에도 투자하며 '영상 안정화'에도 힘썼다. 이 기간 동안 DJI는 기계식 짐벌 내장형 카메라인 'DJI Osmo Pocket 3'의 성공을 시작으로 'Osmo Action 4, 5 pro'를 출시하며 한층 뛰어난 기술력과 발열 안정성으로 고프로를 크게 앞질렀다. 저가형 500달러 시장에서부터 2000달러의 고가품 드론 시장까지 민간 드론 시장의 70%를 DJI가 점유하며 시장에서의 압도적인 성과를 보여주었다.

 

특허로 본 고프로 VS DJI 경쟁력 지표

시장지배력 지수, 기술 혁신지수, 특허혁신지수 분석

 

워트인텔리전스 '키워트'의 그래프 엔진 분석 결과는 두 회사의 엇갈린 운명을 더욱 명확히 보여준다. 고프로가 더 긴 역사를 가지고 있음에도 미국 내 전체 특허출원 건수는 고프로 1,626건, DJI 2,195건으로 DJI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드론 등 넓은 사업 범위를 감안하더라도 이는 상당한 차이다.

 

▲ DJI, 고프로 표준 출원인별 시장 지배력 지수 차이와 기술 혁신지수 차이(출처=키워트 그래프엔진)  © 특허뉴스

 

▲ (좌) 키워트 그래프엔진으로 본 DJI와 GoPro 의 시장지배력지수 연간 흐름 / (우) 키워트 그래프엔진으로 본 DJI (연보라색)와 GoPro(민트색)의 기술혁신지수x시장지배력지수 교차 분석(출처=키워트 그래프엔진)  © 특허뉴스


더 나아가 '시장 지배력 지수'는 고프로 0.3대 DJI 3.1로 무려 10배에 달했으며, 이 지수는 2013년부터 현재까지 단 한 번도 DJI가 우위를 뺏기지 않았다. '기술 혁신 지수' 역시 고프로 3.4, DJI 9로 2.6배 차이가 나며, 기술적 파급력과 상업적 가치 면에서 DJI가 월등했음을 보여준다. 등록된 특허의 등급 분포에서도 큰 차이를 보였는데, 고프로는 B등급 이하 특허가 다수를 차지한 반면, DJI는 B+등급 이상 특허가 대부분이었고, A등급 이상 특허는 고프로 147건, DJI 413건으로 3배 가까이 차이가 났다.

 

▲ 키워트 그래프엔진으로 본 GoPro(좌) 와 DJI(우) 의 등록 특허 등급 분포 차이(출처=키워트 그래프엔진)  © 특허뉴스


성공과 실패를 가른 요인... 시장의 목소리와 전략적 투자

 

'하늘을 나는 카메라'라는 꿈을 좇았던 고프로와 DJI의 특허 분석은 두 브랜드의 명암이 단순한 기술력 차이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준다. 준비 부족 상태에서 드론 시장에 성급히 진입하여 '카르마' 실패를 겪고, 코로나19 충격에 민간용 시장에만 집중해야 했던 고프로와 달리, DJI는 산업용·농업용 드론까지 포트폴리오를 확장하여 리스크를 분산시켰다. 또한 발열과 배터리 등 경쟁사의 약점을 파악하고 꾸준히 관련 기술을 개발하며 소비자의 진정한 니즈에 귀 기울여 왔다.

 

이러한 차이는 단순히 기술력뿐만 아니라, 시장의 목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강점을 발전시키고 문제를 빠르게 해결하기 위한 꾸준한 R&D 투자, 이를 통해 확보한 높은 수준의 특허, 그리고 적절한 M&A와 투자를 통해 기술적 지원을 받을 수 있는 협력 네트워크 구축이 DJI 성공의 중요한 열쇠였음을 확인할 수 있다.

 

현재는 DJI가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고프로는 도전에 직면한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고 있지만, 급변하는 기술 시장에서 앞으로 두 회사의 운명이 어떻게 전개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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