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연구는 신약 개발과 생체 모방 촉매 설계 등 다양한 분야에 혁신적인 발전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백만 분의 1초, 그 찰나의 순간을 잡아내다 연구팀은 이산화탄소를 물에 잘 녹는 탄산이온으로 바꾸는 탄산탈수효소II의 반응 과정을 원자 수준에서 추적하는 데 성공했다. 이 효소는 활성자리에서 이산화탄소가 탄산으로 바뀌어 떨어지는 반응이 1초에 백만 번 이상 일어날 정도로 빨라, 그 중간 과정을 들여다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여겨져 왔다.
하지만 김채운 교수팀은 '분자 영화 기술'이라는 혁신적인 접근 방식을 통해 이 난제를 해결했다. 이 기술은 온도를 낮춰 효소 반응을 인위적으로 멈춘 뒤, 고정된 구조를 X선으로 연속 촬영하고 이를 시간 순서대로 복원하는 방식이다. 연구팀은 영하 183℃에서 효소를 결정화한 뒤, 자외선을 받아 순간적으로 이산화탄소를 공급하는 광분해성 기질(3NPA)을 주입했다. 이후 온도를 영하 73℃까지 단계적으로 높이며 구조를 촬영했고, 이 X선 구조 데이터를 이어 붙여 효소 반응 전 과정을 '분자 슬로우모션 영화'처럼 재구성했다.
물 분자의 재배열과 교체가 반응 속도를 결정짓는 핵심 이처럼 정교한 분석을 통해 연구팀은 활성자리에서 물 분자가 자리를 바꾸고 새 물이 유입되면서 탄산이온이 빠르게 방출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는 물 분자의 재배열과 교체라는 반응 중간 단계가 생성물 방출 속도를 결정짓는 핵심 요소라는 의미이다.
제1 저자인 김진균 박사는 "영하 113℃에서 영하 93℃ 구간에서만 나타나는 반응 중간 상태를 원자 수준에서 직접 관찰할 수 있었는데, 이처럼 빠르게 지나가는 효소 반응의 중간 단계를 구조적으로 포착한 것은 세계 최초"라고 설명했다.
김채운 교수는 "새롭게 밝혀진 원리는 단백질 공학과 신약 개발은 물론 물 분자를 정밀하게 제어하는 방식의 생체 모방 촉매 설계에도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세계적인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5월 12일 온라인 출판되었다. '분자 영화 기술'의 발전과 이를 통한 효소 반응 메커니즘의 심층적인 이해는 생명 과학 분야에 새로운 지평을 열고, 인류의 건강과 복지 증진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논문명은 Fast product release requires active-site water dynamics in carbonic anhydrase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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