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특허 권리를 부여받을 수 있을까?... 입법적 시사점 제시AI(인공지능)가 사람의 영역에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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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자연인)이 아닌 인공지능(이하 ‘AI’)도 발명자가 될 수 있을까?
최근 전세계적으로 ‘AI 발명자’에 대한 가능성 여부가 이슈가 되고 있다.
이제는 거부할 수 없는 물결이 된 AI의 보편화가 이 물음을 현실화시키고 있다. 최근 막을 내린 CES 2024에서도 확인했듯 AI는 모든 테크 산업의 미래이자 인류가 당면한 지구적 과제까지도 해결할 게임체인저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그런 AI가 인간만의 영역이라고 확고히 믿어온 창작․발명자 지위에 도전을 시작했다. 자연법칙을 이용한 기술적 사상의 창작을 우리는 ‘발명’이라 한다. 특허법에 따라 발명은 신규성, 진보성 그리고 산업상 이용가능성이 입증되면 ‘특허’로 등록돼 보호받을 수 있다. 전 세계 공통이다. 단, 인간만이 발명의 주체가 될 수 있다. 그러나 AI가 물건(物件) 또는 특정한 방법(方法)을 발명하였다면 과연 특허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
국회입법조사처는 전 세계적인 이슈로 떠오른 美 스티븐 탈러 박사가 설계한 ‘AI 창작기계(creativity machine)’로 인공신경망(artificial neural networks)을 연결‧확장하며 얻어지는 아이디어로 창작 또는 발명을 수행한 ‘다부스(DABUS)’ 사례를 통해 AI에 의한 발명 및 특허 인정 가능성을 논한 ‘AI는 특허 권리를 부여받을 수 있을까?’ 보고서(작성자 박재영 입법조사관)를 발간했다.
보고서에서 박재영 입법조사관은 전 세계적인 이슈로 주목받고 있는 AI ‘다부스(DABUS)’ 사례를 통해 자연인이 아닌 AI가 발명(invention) 또는 창작(creation)이라는 사실행위의 주체가 될 수 있는지, 곧 주체성(主體性)의 인정가능성을 ‘특허법’을 중심으로 논의했다. 또한 AI가 해당 발명에 대한 특허를 받을 수 있는 권리주체가 될 수 있는지도 국내외 사례를 덧붙여 기술진보를 거듭하는 AI, 그리고 후행하는 법률 간의 격차를 확인하고 입법적 시사점을 제시했다.
다부스(DABUS)의 등장과 논란의 시작
스티븐 탈러 박사가 설계한 AI ‘다부스(DABUS)’가 2018년 세상에 등장하며 논란이 일기 시작했다. 스티븐 탈러는 자신이 개발한 다부스가 ▲레고 블록처럼 결합되는 프랙탈 구조의 음식 용기와 ▲이 용기가 눈에 잘 띄도록 빛을 내는 점멸 램프를 스스로 발명했다고 주장하며 자신을 출원인(applicant)으로, 다부스를 발명자(inventor)로 기재한 2건의 특허를 출원했다.
이 출원은 2018년 10월 영국 특허청을 시작으로 현재 호주, 미국, 독일, 뉴질랜드 등 16개국 특허청에 직접 또는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에 국제특허출원(PCT 출원)하는 방식으로 제출되었다. PCT 출원에 따라 우리 특허청에는 2021년 5월 17일 출원(진입)되었다. 이 출원의 핵심은 자연인이 아닌 AI를 발명자로 기재한 세계 최초의 사례라는 데 있다. 바로 이점이 산업과 입법영역에서 세계적 논란이 일게 된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AI 발명의 법리적 쟁점
박재영 입법조사관은 ▲AI(행위주체)의 발명자 적격성 ▲AI 발명의 진보성 ▲AI(권리주체)에게 특허 권리 부여 가능성 ▲제3자가 AI로부터 특허 권리 승계 가능성 등 네 가지 쟁점을 특허법리에 입각해 논했다.
첫째, AI는 ‘발명자’가 될 수 있을까?라는 쟁점에 대해 박재영 입법조사관은 “현행 특허법 체계에서 자연인이 아닌 AI는 발명자가 될 수 없으나, AI가 스스로 행한 창조적이고 진보적인 발명이 입증된다면 발명자 지위 부여를 고려할 수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에 대해 박재영 입법조사관은 “자연인에 국한된 발명자 자격을 입법을 통해 AI까지로 확대(예: 인격 부여)함으로써 발명자 적격성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 그러나 그에 앞서 ▲발명 과정에서 AI의 실질적인 기여 정도(진정한 발명자인지 여부)를 어떻게 판단할 것인지 기준이 정립되어야 하고 ▲그 결과에 따라 사람과 AI가 공동발명자(co-inventor)로서의 지위를 향유할 수 있는지도 충분히 논의되어야 할 것”이라며, “이는 AI가 수행한 발명까지도 법상 보호대상에 편입시킴으로써 특허법제의 근간을 바꾸는 문제가 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둘째, AI 발명의 ‘진보성’을 판단 가능한가?라는 쟁점에 대해 박재영 입법조사관은 “당업자(발명을 하는 AI)의 기술수준을 결정하는 것은 현재로서는 어렵고, 그 기준과 사례 또한 전무하므로 AI의 진보성 판단은 아직 시기가 이르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박재영 입법조사관은 “전술한 특허요건 중 진보성(進步性)은 해당 기술분야에서 ‘통상의 지식을 가진 자(당업자, a person with ordinary knowledge)’가 쉽게 창작할 수 없는 발명, 즉 선행기술과의 차별성을 말한다. 그러나 당업자인 AI의 기술수준을 결정하는 것은 현재로서는 사실상 어렵고 그 기준과 사례 또한 부재”하다며, “AI 발명의 진보성 판단은 아직 시기가 이르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셋째, AI에게 ‘특허받을 권리’가 부여될까?라는 쟁점과 관련, 박재영 입법조사관은 “자연인이 아닌 AI는 ‘민법’ 상 권리‧의무의 주체가 될 수 없으므로, 현재로서는 특허받을 권리를 부여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박 입법조사관은 “AI가 발명자 적격성을 인정받았다고 가정했을 때 특허법제의 발명자주의 원칙상 특허를 받을 수 있는 권리도 원시취득하게 되는지 의문이 생긴다”며 “결론적으로 자연인이 아닌 AI는 민법 상 권리·의무의 주체가 될 수 없으므로 권리 부여는 불가능하다. 다부스 소유자 탈러 박사가 본인을 발명자가 아닌 출원인으로 기재하여 출원한 것도 바로 이 때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넷째, 제3자는 AI로부터 특허받을 권리를 ‘승계’ 가능한가?라는 쟁점과 관련, 박재영 입법조사관은 “인격이 없는 AI는 승계행위의 주체가 될 수 없으므로, 승계를 받게 되는 제3자(자연인, 법인) 또한 정당한 권리자가 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AI를 발명자로 인정하더라도 탈러 박사가 어떻게 다부스로부터 특허받을 권리를 승계하였는지는 증명할 수 없다. 인격이 없는 AI는 승계행위의 주체가 될 수 없으므로 승계를 받았다고 주장하는 자연인 또한 정당한 권리자가 될 수 없고, 결국 무권리자에 의한 출원인 모인출원(冒認出願)과 다르지 않다”며 “만약 그 권리를 승계 가능하다고 할지라도 AI 개발자, 소유자, 이용자, 투자자 등 수많은 이해관계자들 중 누구에게 그 지위를 부여할지도 큰 논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산업, 기술개발 현장, 매스컴 할 것 없이 기술진보가 눈부신 AI는 테크산업의 핵심으로 자리 잡은 가운데, 박재영 입법조사관은 “현재 모든 분야에서 AI 활용이 증가하고, 그 수준이 어떻든 AI가 실제 창작을 이뤄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중장기적으로 ‘특허법’ 전반에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국제적인 특허법 체계와 달리 특정 국가에서만 AI 발명을 인정한다면 특허로 보호되는 기술과 권리관계에 있어 큰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며 “AI 발명자에 대한 쟁점들이 ‘발명을 통한 기술발전 촉진과 산업발전 기여’라는 특허제도 본연의 목적을 지지하면서도 혼란과 부작용은 최소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논의가 활성화되어야 한다“고 제언했다.